오래도록 낫지 않는 인후염 덕분에 감기약도 한 달 넘도록 먹었습니다. 염증이 단번에 낫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좋아졌어요. 약을 먹지 않으면 나빠지는 몸을 느꼈어요. 컨디션이 떨어지고 목의 이물감때문에 더 불쾌했습니다. 빨리 낫기를 바래 '식사 후 30분 규칙'까지 꼬박 지키며 약을 먹었어요.

 

약이라는 거, 아픈 걸 좋아지게 만들지만 마음의 안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먹을 때마다 '곧 나아지겠지' 싶어 안심됐어요. 피곤함을 더 느끼면 약을 먹기 위한 식사를 하기도 합니다. 진료 후 보통 2일치의 약을 처방해주는데 아예 4일치 정도를 더 지어 가지고 다니면 안심됐어요.

 

간만에 만난 지인도 감기에 걸렸습니다. 재채기와 쉰 목소리로 쭉 고생하고 있던 듯 느꼈어요. 직업이 강사라 말을 많이 하니 차도가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약을 2주 넘게 먹다 보니 몸이 이상해지는 거 같아 아예 안 먹고 있더군요. '? 난 한 달 넘게 먹고 있는데? 안 먹어도 괜찮을까?' 싶었습니다.

 

'밑바닥을 헤매는 의욕과 활력, 그리고 움직이기 싫은 귀차니즘은 감기약 때문일까?' 의문이 들었어요. 염증을 치료하기 위한 약들이니 내 몸에서 어떤 반응을 할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직 목에 이물감이 있기는 하지만 저도 감기약을 끊기로(?) 마음 먹었어요.

 

금단현상이 나타납니다. 무엇보다 불안했어요. '더 나빠지지 않을까?', '이번 주말에 약속도 있는데 더 나빠지면 어떡하지?', '그냥 병원 가서 진료받고 약 먹을까?', '이물감이 더 많이 느껴지는 거 같은데?', '두통까지 생기네?' 내 몸에 대한 의심이 끝없습니다.

 

이상한 건 인후염은 느껴지는데 활력이 돌았어요. 이틀 정도 꾹꾹 참자 두통도 차차 걷히며 머리도 맑아졌습니다. '남은 염증, 약 없이 극복해보자'는 의욕이 생겼어요. 목이 아파 성악반에서 자제하던 노래, 특히 목을 많이 사용하는 고음도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질렀습니다.

 

그 동안 참아왔던 욕구가 터지는 듯 시원했어요. 하지만, 목 안이 찢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쿠~ 다시 나빠지는 건가 싶어 겁났어요. '괜히 무리해서 노래했다'는 마음이 드니 자제하기란 참 어렵다는 걸 배웁니다. 빨리 낳으려 한 달 넘도록 먹던 감기약이나 나아질 때 무리한 활동하는 걸 보니 그렇습니다.

 

선택과 행동 사이에 있는 '자제하기'는 양면을 갖고 있는 듯 해요. 빨리 낫기 위해 약을 먹을 것인지, 극복할 힘을 키우기 위해 참을 것인지. 순간의 욕망을 충족할 것인지, 영성의 비전을 따를 것인지. '이제 노래 연습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감성과 '염증이 진정될 때까지 조금 더 참자'는 이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제 모습이 웃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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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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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y 왕마담 2015.04.27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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