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기지 않았지만 푹 빠져 버리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로 소문이 자자한 Cats는 썩 땡기지 않았습니다. <Memory>라는 유명한 넘버가 다른 뮤지컬에 비해 심금을 울리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만, 스토리를 중시하는 제 성향에 <Cats>는 고양이가 당췌 무얼 하겠다는 지 이해하지 못해서죠.

 

그럼에도 사람들을 계속 불러 모으는 힘이 무엇인지는 궁금했습니다. '? 이걸 할까?', '이 뮤지컬의 매력은 뭘까?' 싶었지요. '그래, 뭐 속는 셈치고 보자' 싶어 예매를 했습니다. 그런 후에야 본격적으로 넘버들을 구해 들어 보았어요. 또한 2002년 오리지널 캐스팅의 DVD가 있어 찾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참을성을 많이 발휘하며 들었어요. 그 동안 뮤지컬 넘버로서 듣던 곡들과 많이 달랐습니다. 뭐랄까 산만한 느낌이랄까? 집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DVD 역시 졸린 힘겨움을 참고 참아 그리자벨라가 Memory를 부르고 부분까지 보고서야 '어라?, 이게 뭐지?' 싶었어요.

 

다시 돌려 봤습니다. 처음부터는 아니고 다시 그리자벨라가 젤리클에 녹아 드는 장면부터. 저 역시 빨려 들어가더군요. 마지막에는 눈물이 핑 돌만큼 감동적인 합창에 소름이 살짝 끼치기도 했습니다. 전 독특한 습관이 있는데, 감동을 받으면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봐요. 누가 나오고 만들었는지.

 

도대체 이 역을 한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죠. ~ 이름이 낯설지 않았던 일레인 페이지가 그리자벨라로 나온 걸 알자마자 웹을 열어 캣츠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초연부터 주연으로 활약했더군요. DVD를 다시 처음부터 보게 될 때는 이미 <캣츠>에 푹 빠지게 되었지요.

 

 

[흥이 절로 나는 넘버 The Jellicle Ball]

 

 

 

다양한 넘버의 조합, 산만함에서 다양성으로.

 

아무 정보도 모르고 무작정 예매할 때는 앤드류 로이드 웨버 작품이라는 점이 큰 힘을 발휘했습니다. 그의 대표 작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오페라의 유령> 사이에 <캣츠>가 발표 됐지요. <Jesus Christ Superstar>의 락 오페라처럼 매우 강렬하지는 않습니다.

 

<The Phantom of the Opera>와 같이 매우 심금을 울리는 극적인 음악은 <Memory> 외에는 없는 듯 했어요. 결과적인 말씀이지만 <Cats>는 이 둘이 극적인 추의 가운데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듣고 즐기기에 편안한 다양한 장르의 넘버들로 구성되어 있는 듯 했습니다.

 

춤추기에 좋은 곡들이 많았어요. 그건 아마도 무용을 하는 듯한 고양이의 몸짓을 쫓으며 작곡했기에 그럴 것입니다. 특히 <Jelicle Song for Jelicle Cats> <The Jelicle Ball>에서 보여주는 역동적인 춤은 익숙해지는 만큼 빨아 들이더군요. 그럴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온 이유는 플라멩코를 배우면서 그 안에 존재하는 발레까지 관심이 가기 때문일 것입니다.

 

매년 한 번 한 마리의 고양이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선택을 받는 젤리클 축제. Cats 각자는 자신을 소개하며 그 동안 살아온 삶을 말하는 넘버를 갖고 있어요. 캐릭터만큼 개성 강한 다양한 넘버들이 존재합니다. 아무 정보 없이 들었던 제게 혼란스러웠던 이유인 듯 했어요.

 

 

[흡사 고양이가 추는 듯한 <캣츠>만의 안무는 인기있는 매력 중 하나]

 

 

들을 수록 중독되는 넘버들

 

점차 익숙해지자 이 넘버들이 중독성 있게 다가 왔습니다. 합창과 군무로 단연 돋보이는 <Jelicle Song/Ball>은 판타스틱한 전반부의 느낌과 신나는 후반부는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져요. 곧바로 이어지는 <Gumbie Cat>은 바퀴벌레와의 신나는 탭 댄스가 일품입니다.

 

느끼한 면이 있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로 인기 많은 <Rum Tum Tugger> 락 음악 풍으로 표현되죠. 2막의 맥커비티의 넘버는 또 서스펜스가 느껴지는 음악이었습니다. 꾸준히 듣다 보니 어느새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선율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듯 하더라고요. 익숙함을 주면서 전반적인 개성을 표혀내줍니다.

 

가장 즐겨 듣게 된 곡 중 하나는 바로 기차역 고양이 <Skimbleshanks>여요. 어찌나 신나던지. 재즈풍스럽기도 한 느낌이 들면서 안무처럼 통통 튀지요. 2막에 나오는 곡입니다만, 배치 역시 감탄스럽습니다. 곧바로 <Macavity>의 반전으로 긴장을 한층 올리다가 따돌림 당하던 그리자벨라의 <Memory>로 젤리클 고양이는 물론 청중의 마음까지 울립니다.

 

사실 뮤지컬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들었던 <Memory>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을 다가와요. 스토리의 느낌과 감정이 주는 힘인 거 같습니다. 곧바로 그리자벨라가 헤비사이드로 올라가며 나오는 <The Joumey to the Heaviside Layer>와 올드 듀터러너미와 젤리클 고양이들의 <The Addressing of Cats>가 주는 웅장함까지 더해지는 힘을 갖고 있어요.

 

1막의 스토리 라인 설명과 아기자기함과 2막의 웅장함이 잘 엮이어 있습니다. 곳곳에는 <Gus>와 같은 은퇴한 고양이가 부르는 잔잔하지만 가슴을 코옥 찌르는 넘버도 있어요. 이 곡을 들으며 눈물이... 마치 <오페라의 유령>에서 나오는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뮤지컬 Cats를 대표하는 넘버 Memory, 그리자벨라 역의 일레인 페이지 으뜸]

 

 

춤, <Cats>만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감동 코드

 

들을 거리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인간이 흉내내는 고양이 같은 고양이 그리고 고양이 다운 춤은 정말 멋졌어요. 1막의 마지막 <The Jelicle Ball> 넘버에서 단체 군무는 춤 자체로 감동을 받았습니다. 발레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듯 보였어요. 안무가는 질리언 린(Gillian Lynne)이 맡았습니다.

 

춤을 통해 고양이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몸 짓을 표현해내었죠. 공연을 보고 있으면 진짜 고양이들이 추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또한 각 캐릭터의와 넘버들과 매우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보여주죠. 발레와 재즈, 락 스러운 느낌의 안무 등 그리고 춤과 함께 중간 그루밍과 같은 동작은 탁월하게 보여집니다.

 

고양이 특유의 몸 털기나 떠는 모습 그리고 머리를 긁거나 뛰어 다니는 모습과 럼 텀 터거에 열광하는 안무는 어디서 쉽게 볼 수 없습니다. 그런 안무를 창조해낸 안무가 질리언 린은 탁월한 업적을 이룬 예술가에게 수여한다는 올리비에 어워드 뮤지컬 부문 최우수 특별상을 받게 되고 얼마 후 <오페라의 유령> 안무도 담당하게 됩니다.

 

 

[너무나 매력적인 빅토리아, 공연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꺄오오옹~^^]

 

 

고양이다운 인간, 사람다운 고양이

 

많은 부분 무척 놀란 건 주목 받지 못하는 무대의 뒤편에 있는 배우들 어느 누구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최소한 몸털기나 그루밍은 하고 있어요. 고양이처럼 목이나 눈동자를 돌리거나 동료들끼리 장난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Cats>의 배우라는 자부심이 강한 듯 보여요.

 

인터미션 시간에는 관중들과 호흡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고양이가 되어 관람석 위를 돌아 다니며 놀래 키거나, 가방을 뒤지고 머리 카락을 헝클어 놓는 장난을 서슴치 않고 하죠. 2층과 3층도 돌아 다니며 사람들을 즐겁게 해줍니다. 어떤 리뷰에서 본 것처럼 정말 한 마리 데려와 키우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죠.

 

공연 내내 관객들과의 호흡을 맞추려 노력합니다. 관람석의 복도를 돌아 다니며 아이 컨택을 하며 웃어 주기도 하고 특유의 손짓 발짓으로 잊지 못할 순간들을 만들어 주죠. 젤리클석이 바로 그 순간을 만들 수 있는 시간입니다. 다시 본다면 저 역시 그 자리로 예매하고 싶네요.

 

 

[자주 듣게 되는 흥겨운 Skimbleshanks]

 

 

잡담으로 맺음

 

오리지널 배우가 내한한 공연은 이번을 포함해 두 번째로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 작품이네요. 첫 번째가 바로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내한공연> 이었습니다. 이번 역시 DVD를 통해 내용이 어떤지를 살폈기에 자막을 보려고 일부러 애쓰지 않았죠.

 

보다 보면 무대 위의 공연에 집중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넘버의 뜻을 모두 알 수 없어 아쉬웠지만, 어떤 의미와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짐작했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더군요. 그렇지만, 기왕이면 모두 이해하면 좋겠지요. 이번 공연을 관람하며 10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직접 볼 뮤지컬 준비도 필요해 보였습니다.

 

<빌리 엘리어트>를 볼 예정인데 대본을 구해 공부를 하고 영화를 몇 번 더 봐두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이네요. 아마도 <Cats>에 대한 매력을 왜 이리도 늦게 알게 되었는지 아쉽기 때문입니다. 좀 더 일찍 넘버를 더 들어보고 DVD를 봤으면 본 공연을 관람할 때 더 큰 감동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었기에 말이죠.

 

 

[다음에는 젤리클 석에서 보길 기약하며 인증샷으로 마무리]

 

 

참고

1. 네이버캐스트의 '캣츠'

2. 캣츠 프로그램 북

by 왕마담 2014.06.23 17:00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