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에도 말하고 있듯 이 책은 작가의 '독서편력' '성장'했던 부분을 추억하여 쓰여졌다. 작가의 소년시절부터 대학생 즈음까지 읽은 책들과 그 추억에 얽힌 이야기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소개하는 책들은 총 13권인데 이 중 읽어본 책은 삼국지 하나뿐이다. 그 외에 눈에 익은 작가의 책인 루쉰의 고향이라는 책 한 권뿐이니 이 책을 쓴 서경식 선생에 비해 한참 모자란 독서 편력을 갖고 있는 듯 느껴졌다.

 

책을 이해하는 데에 두 가지 요소가 발목을 잡을 듯 보였다. 작가는 재일교포 2세로서 대부분 재일 한국인의 삶을 추억하고 있는데 광복직후 일본에서 조선인으로 차별 받던 일상에 대한 이해가 첫 번째요 두 번째는 내가 잘 모르는 책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 술술 잘 읽힌 것이 놀라웠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는 '참 예쁘게도 썼다'라는 감정이 들었다.

 

일본 내의 조선인으로서 차별 받던 재일 한국인 2, 글을 못쓰는 어머님에 대한 부끄러움, 중학교 내 한국인은 자신뿐이라는 뿌듯함과 외로움, 버스 안에서 한국말로 떠들던 할머니가 알은 채 하여 자신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남에게 의해 알려질까 겁냈던 일화 등 어찌 보면 감정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었던 추억들이 참 담담하게도 쓰여졌다.

 

"그 즈음 시작한 영어수업에서 나는 "I am a Japanese"라는 문장을 배웠다. 우리 분단 맨 앞자리 학생부터 순서대로 선생님 입 모양을 흉내내면서 "아이 아무 아 쟈빠니-"하며 큰 목소리로 반복했다. 차례가 가까워올수록 긴장도 점점 고조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순서가 되었다. 나는 입을 꼭 다문 채 단 한 마디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P:113)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순간의 편안함과 공동체에서 밑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아이 아무 아 쟈빠니-' 따라했을거다. 게다가 정체성과 연관됐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했겠지. 어렴풋했을 테지만 그것이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것임을 눈치채고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을 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풋내기 어렸을 때 내 모습과 어찌나 비교되던지. 책 전반에 걸쳐 재일조선인으로서 진지한 성찰에 대한 고민의 솔직함과 깊이는 지금의 나를 또한 돌아보도록 해준다. 자신만의 일상이 어떻게 보편성을 획득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었다.

 

제목 자체에 '독서 편력'이 있는 만큼 어렸을 때의 추억과 함께 책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 책들에 대해 많은 내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강렬했던 한 구절이 있다. 『데라다 도라히코 작품집』에 대한 내용으로 유려한 문장 흐름과 좋은 어조가 전해주는 율동감의 매력,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필치와 묘사의 신선함을 느끼며 "내 독서 인생 최초의 책다운 책(P.28)" 이라 손꼽고 있다. 스토리가 주는 재미에만 푹 빠지기 태반일 그 나이에 벌써 형식의 미와 담담함에 큰 흥미를 느꼈다고 하니 그의 깊이 있는 독서력에 놀라움이 들었다.

 

일본 작가와 작품에 대한 번역하기의 어려움과 공감하지 못할 요소들 그리고 재일교포들이 살아온 삶의 현장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 등은 소개 글에서 작가가 이미 우려했던 점들이었다. 그가 어렸을 때 읽었던 일본의 작가와 책들을 읽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혔을 테지만 이 책을 읽어나가는 데에 큰 어려움이 되지는 않았다. 일본 내 한국인으로서 시절을 추억하는 수필의 글은 나를 반성케 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담담하게 쓰여진 글들에 대한 잔잔한 감명이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아쉬움과 울림으로 다가왔다.

 

by 왕마담 2013.05.2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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