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요공감

 

수림문화재단이 협찬하고 예술의 전당 국립국악원에서 진행 중인 <금요공감>을 관람했습니다. 올해 3월부터 시작됐는데, '공감하는 국악'을 내세우는 프로그램인지라 국악을 친근하게 만날 수 있어요. 10월에는 국악과 재즈의 협업 그룹, 한국 전통 성악인 정가, 대금 연주회, 한국과 세계 무용 등 다양한 무대를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세움SE:UM' 이라는 국악재즈그룹 공연을 봤어요. 2013년에 결성됐는데 우리나라의 전통 악기인 가야금과 장구와 징, 피리와 함께 서양의 재즈스러운 악기 색소폰, 콘트라베이스, 트럼펫, 플루겔혼이 편성되어 있는 그룹입니다. 한일 음악교류,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초청받는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어요.

 

국립국악원 자체도 처음 가봤는데 또 하나의 예술의 전당이 있었습니다. 공연은 '풍류사랑방'에서 열렸는데 독특하게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돼요. 관객은 마치 사랑방에 있는 듯 방석에 앉게끔 되어 있었죠. 국악에 잘 어울리는 한옥 같은 무대였습니다. 공연 전부터 분위기에 취했죠.

 

 

 

 

2. 은은한 심연

 

예상보다 젊은 분들이 무대로 나와 조금 놀랐습니다. '국악과 다니는 대학생들인가?' 싶었어요. TV에서 나이 많은 명인들을 주로 봤기 때문입니다. 징과 북 등의 타악기를 담당하는 이민형씨와 황민황씨는 맨발로 나와 인상적이었어요. 가야금을 연주하던 분들은 여성분만 봤는데 남자(이준씨)가 담당하니 신기했습니다.

 

관악기 파트 색소폰의 김성완씨와 트럼펫의 하승국씨가 자리를 잡고, 첼로인가 싶었던 콘트라베이스에 이 팀의 중심 인물이며 음악감독인 김성배씨가 맡았습니다. 오늘 프로그램은 모두 이 팀에서 만든 음악으로 연주하게 되더군요. 김성배씨는 2곡이나 작곡을 했습니다.

 

<심연>이라는 노래로 공연이 시작됐어요. 징의 깊고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드럼처럼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는 듯 했어요. 그 위로 콘트라베이스와 가야금의 서로 다른 색으로 현 소리가 동서양 문화의 차이를 대표하는 듯 독특했습니다. 곧 색소폰과 트럼펫이 울리면서 익숙한 재즈 분위기가 가미됐습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평점 별 5개]

 

 

3. 다름과 어울림

 

관악기가 울리면 주선율이 재즈스럽게 되고 국악의 긴장감이 뒤에서 받쳐주는 듯 했어요. 색소폰과 트럼펫의 연주가 잠시 중단될 때에는 곧 가야금의 선율이 앞섭니다. 가야금은 현을 뜯는다고 해야 될까요? 그 손길이 신기했어요. 또 다른 손은 공명을 만들기 위해 현을 흔듭니다. '농현'이라고 하네요.

 

그에 반해 콘트라베이스(다른 현악기도 마찬가지지만)는 주로 활로 연주하지만, 손으로 할 경우에는 뜯기보다는 기타처럼 튕깁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코드를 잡아 음을 만들죠. 소리 역시 차이가 많습니다. 국악기가 형광등처럼 소리를 넓게 보낸다면 양악기들은 스포트라이트처럼 직설적으로 들리는 듯 했어요.

 

이뿐 아니라 피리의 청량하지만 가벼운 느낌은 색소폰과 트럼펫 그리고 플루겔혼의 정교하지만 무거운 소리와 비교됩니다. 또한 시끄러운 듯 흥겨운 징과 우퍼같은 장구 소리는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특히 가장자리의 딱딱한 변죽과 가운데 복판을 번갈아 연주할 때면 리드미컬한 리듬을 자랑하죠.

 

 

[세움SE:UM의 <사계화>]

 

 

4. 색다르지만 익숙한

 

국악 공연을 본 건 처음이나 마찬가진데 익숙한 리듬들이 자주 들렸어요. 맞추어 어깨도 같이 들썩입니다. <심연>에 이어 쉼 없이 연주된 <부귀재천>의 세마치장단은 흥겹기도 하지만 힘있는 연주가 즐거웠어요. 흔히 경기 민요에서 많이 쓰이고 조금 빠른 3박이며, 8분의 9박자 리듬을 갖고 있습니다.

 

잠시 쉬고 <칠보일배>가 연주됐어요. 중간에 잘 익은 곡식으로 가득한 들판에서 새라도 쫓아내려는 듯한 사람 목소리가 들려 어디서 나는지 찾아봤습니다. 장구를 치던 분이 하도 얌전하게 소리를 내고 있어 '진짜 내는 건가?' 싶어 유심히 쳐다봤어요. 구음이라 말하는 데 한스러우면서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야금이 주된 선율을 콘트라베이스가 뒤에서 받쳐주는 리듬 역할을 하는 듯한 듀엣 형태의 <물 내>라는 곡은 오묘했어요. 동서양의 차이를 느끼는 듯했습니다. 소리는 물론 현을 뜯고 농현을 살려내려는 연주 자체도 일품으로 보였어요. 마지막 곡 <사계화> '세움 SE:UM' 지향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보여 주었습니다.

 

 

[풍류사랑방의 무대 정경]

 

 

5. 자체로 결합

 

국악과 양악의 주선율의 변화는 파트를 나눈 콜라보레이션 형식이라기 보다 그것 자체가 하나의 음악을 구성했다는 듯한 모습이었죠. 사계화는 동해안 <별신굿>의 선율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타악과 가야금 그리고 콘트라베이스로 흥겹게 시작하여 관악기의 재즈스러움과 징의 찢어지는 흥겨움이 하나로 결합되어 들리죠.

 

'세움 SE:UM'이라는 그룹이 지향하는 점이기도 하겠지만 국악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분들의 수고가 같이 보였습니다. 다른 클래식 공연 같으면 3000원은 받았을 듯한 프로그램북을 무료로 나누어주며 좀 더 나은 공연을 만들고 시민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설문지는 그 노력의 모습이겠지요.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나 콘서트홀만 가봤다가 국립국악원에 다녀온 건, 서양에서 우리나라 음악으로도 시선이 넓혀진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생각보다 낯설지 않았죠. 어릴 때부터 알게 모르게 접했던 익숙한 가락들이 이미 제 피에 숨겨진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세움SE:UM]

.

.

.

정보

1. 매주 금요일 20시 예술의 전당 국립국악원 사랑풍류방에서 올해 12월까지 공연

2. 전석 2만원이며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 가능

 

참고

1. 금요공감 프로그램북

2. 네이버 백과사전

 

[마음을 담은 리뷰 15-03]

by 왕마담 2015.10.12 05:22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