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98년부터 진행해온 예술의 전당 대표 기획 프로그램인 <교향악 축제>가 지난 달인 4 1 KBS 교향악단으로 시작하여 22일 서울시향의 폐막 연주로 진행됐습니다. 시작은 예술의 전당 음악당 개관 1주년을 기념하여 열리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 최고 교향악단을 만날 수 있는 기간입니다. 티켓값도 무척 싸니 풍성한 잔치처럼 느껴졌어요. 올해는 전국 총 19개 오케스트라가 참여했습니다. 4 9일 민족주의를 고취시킨 로컬 특유의 감성을 표현한 북유럽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한 <원주시립교향악단>을 관람했어요.

 

익숙하지 않은 시벨리우스와 닐센의 음악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그들의 연주곡 사이에는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이 어우러졌어요. 이들의 이름을 들어는 봤지만 접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음악회를 통해 점차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2.

<핀란디아>라는 전 국민의 애국심을 드높인 곡으로 유명한 시벨리우스는 국민주의 음악을 대표합니다. 당시 제정 러시아의 속국이었던 핀란드는 자치권을 억압당했다고 해요. 베를린과 빈에서 유학하는 당시 핀란드 지휘자 로베르트 카야누스의 공연을 보면서 국민의 염원을 정서에 녹여낸 음악에 감명을 받습니다.

 

고국으로 돌아와 핀란드의 서사시 <칼레빌라>를 바탕으로 <쿨레르보 교향곡>을 작곡하여 발표하죠. 이 음악을 들은 시벨리우스에게 영감을 주었던 카야누스 역시 감명받아 서로 교류하게 됩니다. 그의 위촉으로 핀란드 정서를 담은 곡을 만들게 되는 데 바로 교향시 <전설(EnSaga)>입니다.

 

민족적 색채에 첫걸음이 되죠. 첫 부분이 매우 독특합니다. 느낌상 베토벤 교향곡의 첫 시작처럼 오묘하고 신비스러웠어요. 북유럽의 매서운 그러나 매혹적인 자연풍광이 연상됩니다. 또 달리 스케일 큰 영화의 OST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악기의 풍성한 울림이 현악이 만들어준 멜로디 위에서 바람을 뚫고 다가오는 따뜻한 햇살처럼 느껴졌습니다. 18분 정도 되는 연주 시간을 가졌어요. 그 중 핵심 멜로디가 들려 오는 데 그 부분이 바로 핀란드 국민의 고유 정신을 말하는 듯 했습니다.

 

세찬 풍광을 뚫고 울리는 메시지들은 때론 경쾌하게 어느 때는 무겁게 여러 느낌으로 끊이지 않고 들렸어요. 점차적으로 악기들이 가세하며 터질듯한 풀오케스트레이션이 휘몰아칩니다. 이후 서정적이면서도 호수 바닥에 깔려있는 듯 고요한 긴장감이 녹여 있는 선율이 가슴을 안아주죠.

 

 

 

[시벨리우스의 En Saga(전설), Op.9]

 

 

3.

매섭고 웅장한 교향곡 다음에 배치된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54>은 경쾌하고 따뜻했습니다. 슈만은 1841년 이 곡의 전신이라 말할 수 있는 <환상곡>을 만들었어요. 1845년 이것에 2개의 악장을 더하여 협주곡을 완성했으며, 그 해 겨울 피아니스트 부인인 클라라에 의해 연주됐습니다.

 

당시 리스트나 쇼팽은 피아노의 화려한 스타일인 비르투오시티를 과시하는 협주곡을 많이 연주했으나 슈만은 불쾌해했다고 해요. 고전적 이상에 의거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일체화된 서사시를 작곡하는 게 그의 목표였습니다. 순수 음악적인 효과와 구조적 맥락을 추구하기 위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동등한 지위를 부여했지요.

 

원주시립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인 김광현씨가 먼저 들어와 피아니스트 박종화씨를 잠시 기다렸습니다. 분명 경쾌하게 들리기도 하는데 뭐랄까요.... 애잔한 느낌이 깃들었어요. 음악처럼 삶 자체도 낭만적이었던 슈만의 음악 그대로였습니다.

 

 

 

[피아니스트 박종화씨, 출저: 구글 이미지 검색]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 a단조, Op.54]

 

 

 피아니스트 박종화씨의 카리스마가 대단하더군요. 그의 표정까지 세밀하게 보이는 앞자리였던 덕분에 본인의 연주에 심취한 모습 역시 음악을 표현하는 듯 보였습니다. 2악장의 아기자기한 연주 속에서 리듬을 읊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더군요.

 

작곡가로서 이름을 많이 들어보지 못했던 '닐센'의 교향곡 2번은 사람의 네 가지 성질을 연주합니다. 제목도 <네 가지 성질 Op.16>이죠. 오페라 <사울과 다윗>을 작곡하던 1901~1902년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소재와 기법에 있어 유사한 부분이 많죠.

 

작곡하기 몇 년 전 세란섬의 한 시골 마을의 선술집에는 코믹한 유화 4점이 걸려 있었습니다. 분노, 게으름, 우울, 낙관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죠. 이 유화에 흥미를 느낀 닐센은 화를 잘 내는 기질인 담즙질, 무겁고 냉정한 점액질, 우수에 젖는 우울질, 그리고 다혈질을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분노'를 주제로 가지고 있는 1악장, 강렬하게 시작했어요. 시종일관 미쳐 날뛰지는 않습니다. 수그러들기도 할 때는 부드러운 모습이 포착되었죠. 2악장은 사실 냉정한 모습이 어디에서 보이는지 모르겠더군요. 마치 전원 교향곡처럼 평화로운 모습이었습니다.

 

우울함을 얘기하는 3악장은 말 그대로 우수에 젖은 멜로디에 젖어버렸어요. 그 느낌을 모두 날리는 듯한 4악장은 신났습니다. 다혈질이라하니 감정적 움직임에 대한 자극이 많은 음악적 표현이 돋보여요. 사실 각 악장에 성격을 암시하는 형용사가 있어 '~ 그렇구나' 싶지만, 순수 음악 이해해도 낯설지 않습니다.

 

 

 

[닐센의 교향곡 2번, 네가지 기질 Op.16]

 

 

by 왕마담 2016.05.19 17:48
| 1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