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크나이트 라이즈’, ‘테이큰2’와 함께했던 기대 만빵이었던 작품 중 하나인 007 23스카이폴이 드디어 개봉했다. 왕십리 CGV IMAX로 보고 싶었으나 코엑스 메가박스의 M관에서 봤다. 최소 사운드 면에서는 뒤지지 않기에 교통편이 편안한 곳에서 관람했다. 007의 골수팬들은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니엘 크레이그제임스 본드역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안티 홈페이지를 만들어 배우를 바꾸기 위한 서명운동까지 했다고 하니 그들의 영화 그리고 본드에 대한 사랑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 하지만, 나는 다니엘 크레이그 007 첫 작품인 <카지노 로얄>에 열광했다.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을 두고 두고 후회하게끔 만들었다.

 

시리즈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 다른 배우가 연기한 좀 오글거리는 대사와 뜻뜻 미지근한 액션과 현실적이지 않을 듯한 스토리는 나와 맞지 않았다. 그런데 그의 배짱 두둑한 야성미로 시종일관 저돌적인 스타일과 어두운 과거가 있을 듯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냉철함 그리고 무엇보다 시리즈와 테이큰에서 선보이는 박진감 넘치는 실전무술로 짜여진 액션시퀀스가 마음에 들었다. 또한 시리즈의 리부트로서의 탄탄한 스토리는 어떤 영화와 견주어도 손색없었다. 하지만,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대감이 문제였는지 후속작인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는 붕 떠버리고 산만한 복수 시나리오에 실망했다. 과연 <스카이폴>은 그 실망의 우려를 씻겨줄까?

 

역시 초반은 헐리웃 블록버스터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뭉쳐있던 무언가가 터지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화끈한 액션은 <카지노 로얄>에 비해 손색없다. MI6로서는 매우 중요한 미션의 긴박함이 범인에게 총을 맞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미션 달성을 위해 끊임없이 밀어붙이는 본드의 저돌성과 잘 들어맞는다. 지붕 위에서의 오토바이 추격 장면과 열차 위에서의 대결 장면 등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또한 중간 중간 스토리에 따른 지하철 추격신과 카지노 안에서의 결투 장면은 이야기 흐름에 방해하지 않으며 즐거웠다. 하지만 라스트 신의 액션은 마치 서부극의 건맨들이 대결하듯 실바와 본드 그리고 M이 함께하는 듯한 링을 만들어 버렸다. 너무나 인위적이고 강제적 느낌을 받게 했다. 화룡점정의 눈동자를 그려냄에 있어 붓의 터치가 아닌 크고 동글기만 한 점을 찍어버린 것 같다고 해야 할까? 크나큰 아쉬움을 지워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보아왔던 수트발 중 최고봉인 크레이그의 멋지면서 저돌적인 연기는 일품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주름살에 눈길이 갔다. 그것은 나이를 뛰어넘는 모습의 멋짐일 것이다. 그것은 그가 연기하는 본드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현장 요원으로의 적합성을 테스트 하기 위한 각종 시험에서 그가 보여주는 세월의 흐름에 의해 쇠해진 육체를 안타까워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눈빛 연기는 일품이다. (먼저 개봉한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배트맨 모습이 떠올려졌다. 특히, 본드가 마지막 대결을 앞두고 M에서 ‘storm is coming’ 이라고 말하는 대사에서는 샘 멘데스감독이 일부러 저 대사를 넣었을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시리즈 전체에 대한 아쉬움은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007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악당 역할이 본드에 비해 캐릭터의 힘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MI6에서 근무했던 이력을 가지고 있는 '실바'라는 전직 첩보원이 각종 위기 상황을 연출하며 복수의 칼을 빼어든다. <스카이폴>을 소개했던 영화 관련지에서는 이번 악당 역할의 카리스마가 대단했다고 하나, 내가 봤을 때는 그저 그랬다. 특히 M과의 관계를 나타낼 때는 그의 애증을 간접적으로 보여줄 만한 과거의 사건이 하나 쯤 보여지길 기대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복수에 대한 공감은 떨어졌다. 또한 연기적으로 전율시킬 정도의 모습도 없었다.(<다크나이트 시리즈>의 악당들, <레옹>의 게리올드만 같은). 연기가 안됐다면 왜 '본드걸'이 치를 떨 정도로 공포를 느끼게 되는지 과거나 현재의 그를 보여 주는 사건이 없어 아쉬웠다. 그저 M에게는 악동과 같은 모습, 그녀에게 사랑 받는 '본드'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철부지의 복수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또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것은 새로운 M Q의 등장,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의 로빈의 등장과 비슷하게 기대감을 주는 M의 비서인 이브 머니페니이 모습을 들어내기 때문이다. 주디 덴치의 퇴장은 아쉽지만 또한 007 24탄이 기다려지는 이유 역시 그녀로 인해 결국 007 주연 등장인물들이 모두 제 자리를 찾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by 왕마담 2012.11.0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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