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다수의 스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저도 감상 전 스포를 증오하는 바, 아직 보지 못하신 분 중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마음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는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을 봤습니다. 제목만 봤을 때는 어떤 영화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죠. 봤던 사람들의 댓글을 통해 '음악이 잔잔하게 깔리는 영화인가?' 싶었습니다. 그들의 만족이 무척 높아 '한 번 봐보자'라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과연 재미있을까?' 싶었답니다.

 

궁금한 점이 생겼어요. '왜 마르셀 프루스트라는 소설가의 이름을 영화 제목에 넣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일생을 바꾼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그의 작품이죠. 주요 소재는 망각과 기억 그리고 과연 사람들이 과거의 상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를 다루었습니다.

 

보고 나니 이해가 가더군요.  이모들과 함께 댄스 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주인공 폴(귀욤 고익스)의 기억 탐구가 주된 내용입니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의며 그 상처의 후유증 때문인지 실어증에 걸린 듯 해요. 태어나면서 말을 못하는 지는 확실하게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맥락 상 후천적인 요인으로 보여집니다.

 

 

 

 

 

기억 속 정원을 산책하도록 돕는 이가 이웃에 사는 프루스트이며 마담으로 불리죠. 그녀가 키운 작물로 만든 차와 마들렌을 한 입 베어물면 빛으로 가득찬 무의식 속 기억과 만나게 됩니다. 여러 사람들이 행복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고자 마담을 찾아오고 있는 와중 폴 역시 처음에는 타의로 나중에는 직접 용기를 내어 여행을 떠나죠.

 

폴이 떠나는 여행은 행복했던 유년이 아닙니다. 트라우마 혹은 상실의 기억을 헤매이죠. 그 진실을 안다는 게 겁나서 마주하지 않았던 부모님과의 만남입니다. 자신이 믿은 어두운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건 어렵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직감했던 듯 해요.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갈 때의 자세가 정말 웃깁니다. 주인공을 맡은 귀욤 고익스의 외모가 로완 앳킨슨과 비슷해 보여 더욱 즐겁습니다. 유년 시절로 갔을 때는 한 편의 뮤지컬처럼 유쾌하고 즐거운 음악이 귀를 사로 잡아요. 점차 유년 시절의 정확한 기억을 찾아가는 모습 속에서 치유되는 폴은 잃어버린 웃음도 점차 찾게 됩니다.

 

 

 

 

상실에 대한 치유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그 단계별로 구성된 이야기 흐름이 흥미로웠습니다. 용기를 낸 직면 그리고 사실의 확인 그리고 받아들임으로 향하는 영화는 관객에게도 폴이 받는 감정을 고스란히 받도록 도와주는 듯 했어요. 특히 마지막 반전의 장면은 놀랍습니다. 재미를 위해 그건 말씀 드리지 않을게요.

 

피아노 콩쿨 대회 장면이 있는 데 어린 시절 보았던 개구리 악단이 함께 되살아 납니다. 폴은 그들과 함께 환상적인 음악을 연주하죠. 마치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를 힘껏 껴안는 듯 보였습니다. 아름다운 음악과 차 한잔 그리고 영화와 함께 각자 치유의 기억 정원을 걷는 건 어떠신가요?

by 왕마담 2014.08.13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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