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술 약속은 땡기지 않았어요. 몸 상태가 좋지 않았죠. 목이 컬컬했고 몸살 기운이 있었습니다. 이럴 땐 집에 일찍 들어가 따뜻하게 식사하고 비타민을 챙겨 먹은 후 푹 자고 나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는 걸 알고 있죠. 그럼에도 간만에 보는 지인들과의 약속이기에 가야겠다는 의무감이 들었습니다.

 

1차 조금만 마시고 일어나자는 결심은 한잔 두잔 오가는 잔이 정인 것 마냥 착각하여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마셨어요. 자리를 떨친 시간이 어느새 새벽, 때 마쳐 눈 오는 새벽 신도림은 택시 잡기도 어려웠어요. 벌벌 떨며 기다린 지 30여분 어렵게 택시를 탔습니다. 이제 집에 가는구나 싶은 안도감에 스르르 눈이 감기더군요.

 

집 앞에 도착 부랴 계산하고 내려 집에 들어가니 새벽 3시가 넘었습니다. 한 시 바삐 자려고 대충 씻고 나와 안부 카톡을 보내려 아이폰을 찾는데 있어야 할 파카 주머니에 없더군요. '어? '불안한 마음이 지나갑니다. 가방 온 곳을 찾아도 보이지 않아 전화해보니 전원이 꺼져 있더군요.

 

'', 마음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직감적으로 택시에 놔두고 내렸다 싶었죠. 기억을 더듬어도 취한 기억의 단편들은 잘 맞춰지지 않습니다. 와중에 '에이~ 그까짓 거 또 사면되지~ 자자'라는 피곤함이 모든 걸 귀찮게 만드네요. '그래, 벌어진 일! 일단 자자' 싶습니다.

 

아침 눈뜨자 마자 전화 해보니 역시나 꺼져 있다는 메시지뿐. 후회가 밀려들었어요. '가기 싫은 마음을 따랐어야지'라는 자책과 약속을 하필 그날 잡은 지인에 대한 원망, 택시 기사이든지 혹은 손님이던지 내 아이폰을 먹어버린 강아지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오르더군요. 저주까지 한꺼번에 치밀어 뭘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일단 출근하며 발신정지 신청을 했어요. 문득 어제 폰 보험을 들어 놓았다는 사실이 기억났습니다. '~ 그래 그거'. 보험사에 전화하여 사고 신고를 했더니 가입 당일 사고는 처리가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잠시 멍했습니다. 순간 '잃어버린 시간이 새벽이니 다음날 아니야?' 생각이 떠올랐어요.

 

물어보니 '보상 처리 기준이 된다고 하네요'. 상담사를 전화 앞에 두고도 안도의 한 숨이 나옵니다. 보험은 일찍 들었으나 가입 인증을 못했다가 약속이 있던 그날 마무리했거든요. , 두 시간의 차이였습니다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하지만 자기 부담금 20%와 이런 저런 금액이 붙으니 출고가의 1/4은 내야 했습니다.

 

보상 처리를 위한 서류 중에는 통화내역서가 필요했어요. 잃어버렸다고 신고한 시간까지 소지하고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통화뿐 아니라 데이타 사용 내역까지 나오더군요. 봤더니 정확히 새벽 2:30분에 인터넷 사용을 했습니다. 새벽에 잃어버린 건 확인할 수 있었지만, 걱정거리가 하나 더 있었어요.

 

첫 신고할 때 자기 잘못에 의한 분실은 보험이 안 될 거 같아 도난 당한 것으로 얘기했습니다. 즉 거짓말을 했어요. 보상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분실도 상황에 관계없이 보상이 가능했습니다. '왜 쓸 때 없이 일을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걸리면 못 받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거짓말 했다는 자체가 마음에 걸렸죠.

 

증명 서류 제출 시 사고 내역을 다시 써야 하는데 이왕 말한 대로 밀고 나갈까 아니면 사실대로 쓸까 고민하다가 결국 바꿨어요. 얼마 안가 상담센터에서 전화가 와서 수정된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보상 안 되는 거 아닌가' 생각됐어요. 곧 처리 승인이 나서 보상이 진행된다는 문자를 보고 나서야 안심됐습니다.

 

일 때문이라도 잃은 전화 번호를 쓰던 아이폰4로 다시 변경 했어요. 통신사 서비스 센터를 나오며 어렵게 구한 '아이폰 6 플러스' 그리도 쉽게 잃어 버리니, 뭘 그리 좋아했었나 싶더라고요. 여기저기 자랑을 해댔습니다. 좋아했던 만큼 상심이 오는가 봅니다.

 

무얼 얻고 사든지 그리 좋아할 필요 없구나 싶은 마음이 잠시 들었어요.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니 혹 잃어버릴 지 몰라도 미리 걱정하여 손에 쥔 순간의 기쁨을 덜어내야 하는 건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대신 질투를 살 정도로 오두방정으로 기뻐하지는 말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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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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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y 왕마담 2014.12.1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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