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검증을 담당했던 System이 해외에 팔리고 있어 예정에도 없이 "해외 파트 기술지원"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4월과 5월에는 회사 생활 처음으로 해외 출장도 다녀왔습니다. 그것도 몇 일이 아닌 거의 한 달 가까이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영어'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지더군요. 해외 출장을 준비하면서는 제품의 품질보다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제 자신에 대한 걱정이 더 컸습니다.

 해외출장 전후로 '영어'에 대한 진짜 실력이 절실히 필요한 저는 요즘 영어 공부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절실함 때문인지 예전에 학습하던 마음만 안정시키던 학원 출퇴근식의 공부보다는 직접 대화하여 긴장감을 주고 영어의 큰 틀을 알고 직접 문장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공부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 중 한 방법으로는 외국인과 '화상영어'를 해오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긴장감만 백배 였었는데,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들을 때가 많지만 지금은 꽤 즐기고 있는 듯 합니다.

 몇 일전 제 핸드폰으로 국제 전화 번호의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저는 보이스 피싱이나 회원 가입 유도 등의 스팸 전화일 줄 알고 시큰둥하게 받았는데, "Hello"라는 영어 인사를 앞세운 진짜 국제전화 였습니다. 화상영어 사이트에서 교육과 관련된 전화가 온 줄 알았습니다. 그 때는 제가 회의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학습과 관련된 대화일테니 어려울리 없다는 생각과 마음 속으로 동료들에게 반쯤 뽐내고 싶은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Hi~"라는 인사와 함께 나온 문장은 "Who are you?" 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저도 왜 그 단어를 먼저 얘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May I help you?"같은 문장이 좀 더 세련됐을텐데 말입니다. 좀 더 대화를 해보니 이 전화는 제가 단순히 추측했던 교육관련 전화가 아닌 해외 바이어에게 온 전화입니다. 아마도 해외 사업팀에서 어떠한 서류를 제출했을텐데 거기에 기술 담당으로 제 이름과 전화번호가 함께 있었던 듯 합니다. 어찌되었든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해외 사업팀 담당자에게 해당 전화를 연결해주었습니다. 제게는 꽤 뿌듯함이 느껴지더군요. 남의 도움없이 어찌되었든 첫 국제 전화를 처리했으니 말입니다.

 어제는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정장을 말쑥히 차려입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군요.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 예전 같으면 그 눈빛을 피했을 것입니다. 피하지 않았더니 그는 제게 다가왔습니다. '길 묻겠거니'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했습니다. 우리를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면서. 그런데 그는 다가 오자 마자 어떤 팜플렛을 보여주면서 'Help me~', 'Give me the money' 를 연신 외치면서 한국말까지 섞어가며 자신의 자선 단체를 소개하더군요. '잘못 걸렸구나~' 싶었습니다.

 "Do you need you money, now?" 했더니 그는 매우 기쁜 얼굴로 끄덕이더군요. 캐나다에서 멀리 한국까지 와서 자선 봉사를 한다는 그가 내심 못미더웠습니다. 살짝 한숨을 내쉬며 지갑을 열어 가장 낮은 최소 금액을 꺼내어 그에게 주었습니다. 몇 마디를 더 나눈 후 그와 헤어져 약속장소로 가면서 '큭' 웃음이 나오더군요. 이제는 영어를 사용하며 강탈을 당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유독 아는 사람이 있으면 영어 사용하기가 부끄러워 집니다. 그것도 특히 영어를 잘할 거 같은 사람 앞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게다가 그 사람이 친하면 친할수록 더하더군요. 그건 제가 잘 못하는 그 무엇으로 제 자신의 전부가 판단되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일 거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영어를 매우 유창하게 사용하면 좋겠지만 어차피 지금의 제게는 하나의 도구입니다. '영어 사용'의 부끄러움에 빠지지 않으며 잘 하기 보다는 잘 사용하고 싶습니다. 저와 영어 펜팔 어떠세요? 하고 싶은 분은 언제든 영어로 보내주세요. 저도 영어로 답장하도록 할께요. 대신 해석이 잘 안된다고 제게 뭐라 그러시면 안됩니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한 주입니다. 벌써 마음이 넉넉해지는 듯 합니다. 풍성한 웃음이 함께 하는 한 주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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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ne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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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y 왕마담 2011.09.0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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