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운영진에서 살롱 음악회를 주최하자구요?", 그날은 아마 월요일이었던 듯 합니다. 팔로우업 4반 수업이 끝나고 재성선생님을 비롯 2~4반의 반장님이 모두 모여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했어요. 향상이나 정기 연주회에 비해 가벼운 편인 살롱 음악회는 운영진이 앞에 나서 준비해보면 어떻겠느냐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사실 당시는 향상 음악회에서 연주할 노래 연습만으로도 벅찬 상태였죠. 오페라 갈라 콘서트도 3월에 있으니 4월에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냈으나 향상 음악회 무대에 많은 분들이 서지 못하니 살롱을 빨리 하는 게 나을 거라는 의견이었습니다. 내심 머리가 끄덕여졌어요.

 

수긍하고 나니 아이디어가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항상 물만 마시며 무대 구경을 하는 게 메말라 보였어요. 1회 살롱 음악회가 열린 장소가 카페였으니 와인으로 목을 축이는 게 어떨까 싶었습니다. 아이디어를 내니 좋은 의견이라며 이번에는 왕마담님이 공지글을 띄우자는 분위기에 부담이 팍팍 늘더군요.

 

 

 

 

2.

 

그때만 해도 '공지글만 올리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제가 글을 올리니 몇몇 분들은 제게 연락이 와서 이런 저런걸 물어 보시더군요. 책임감도 Up. '~ 생각보다 간단한 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내가 낸 핵심 아이디어, '와인은 뭐로 고를까?' 싶었어요. 가격은 싸고 품질은 수준 이상을 원했습니다.

 

유명한 와인은 마트라고 해도 특가 할인이 아니면 최소 3만원은 넘더라고요. 네임이 아닌 보편적인 맛을 보장하는 품종을 택하는 게 좋을 듯 했습니다. '그래~ 까베르네 쇼비뇽, 이걸 사자' 싶었어요. 레드 와인의 포도 품종 중 가장 유명합니다. 줄여서 '.'^^. 칠레와 프랑스산으로, 스페인산은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어 Pass 였어요.

 

안주겸 주전부리는 뭘로 할지 고민스러웠습니다. 과일과 치즈면 딱인데 20명 넘는 식구라 높은 가격은 피해야했어요. 음악회 당일까지 고민스러웠습니다. 나중에는 '인사동가서 사자' 싶었어요. 출출함을 막을 비스켓과 작은 도넛은 구했으나, 과일이 없어 아쉬운 찰나 시가연 주인장님 조언으로 구멍가게에서 딸기를 공수할 수 있었습니다.

 

 

[얼레불레 사회하는 모습]

 

 

3.

 

연주회 당일 예상보다 일찍 도착한 문성우 반장님과 문형민 반장님 덕분에 빠른 준비를 할 수 있었죠. 데코도 어떻게 그리 잘 할 수 있는지 감탄스러웠습니다. 또한, 많은 선배님들이 각 테이블에 음식을 차려 주시고 팜플렛을 놔주시는 등, 도움의 손길을 보면서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선생님이 가져 오신 '살롱 음악회' 현수막(?)까지 무대에 걸자마자 준비끝. 연주회 출연하시는 분들도 거의 도착하신 듯 했어요. 오후 5 40분이 넘어 가는 시간 시작해도 무리가 없을 듯 했습니다. 사회를 위해 선생님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받은 후 무대에 올라가니 입이 쩍쩍 마르더군요.

 

향상 음악회처럼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렇게 딱딱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에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진행이 원활하지 못하고 뚝뚝 끊어졌으나, 출연자 분들 모두 웃어주시는 모습에 따뜻한 위로를 받았어요. 곧 첫 출연자 한강333님의 기타 연주와 노래를 들으면서 감성적 몰입이 됐습니다.

 

 

[살롱음악회 프로그램]

 

 

4.

 

다른 사람들 앞에서 첫 출연하시는 분들도 많았을 텐데 참 자연스럽게 잘 부르시더군요. 저도 첫 무대를 향상 음악회가 아닌 살롱 음악회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팔로우업 3반의 기둥인 서천화무님(일명 서천어머님^^)의 자연스럽게 노래하시는 모습에 놀랐어요. 연습 때보다도 훨씬 부드러운 고음까지.

 

노래할 순서가 다가올 수록 또 목이 말랐습니다. 사회를 봐서 그런가 싶었어요. 사실 목상태가 별로라 전날인 토요일에는 포인트레슨과 자유연습 모두 빠졌습니다. 무리하는 것보다는 쉬는 게 나을 듯 싶었거든요. 향상을 준비하면서 보름선생님께 받았던 조언이 생각났습니다.

 

'참 슬픈 노래인데 즐거운 듯 부른다'는 말씀이었죠. 사회 본다고 들떴던 마음을 가라 앉히며 무대에 올랐습니다. 편안한 분위기 덕분이었을까요? 향상 때 보다 목보다는 뱃심으로 부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잘 불렀을 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좋았어요. 사실 다른 노래를 하려 했으나 연습이 부족해 이 곡을 했는데 또 부르니 느낌이 달랐습니다.

 

 

[가장 기분 좋게 부른 슬픈 노래 <Non t'amo piu>, 마음 단디 먹고 보시길]

 

 

5.

 

와인과 주전부리 준비 외 달리 한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살롱 음악회가 다가올수록 부담스러웠어요. 사회도 맡아야 하니 더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편안하고 친밀한 자리를 위해 만든 자리인데 '나서는 사람이 먼저 힘들어 하면 어떡하나' 싶었어요. 발 빠른 걱정이었을 뿐입니다.

 

행사 당일 약속 시간 보다 먼저 오셔서 리허설도 없이 포근한 자리를 챙겨주신 우리 JS스튜디오 회원님들 덕분이었어요.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사실 행사 준비는 장소 예약과 출연자 신청과 노래 선정까지 재성 선생님이 거의 다 한 것이나 다름 없었죠.

 

많은 공을 제게 돌린 재성 선생님과 반주하시느라 수고해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일요일 저녁까지 성악에 대한 즐거운 열정으로 참석해주신 출연자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by 왕마담 2015.04.02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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