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고 싶었다. 내 안에서 오늘 하루 쉬면 피곤함이 말끔히 씻겨질 것 같았다.
'그래~ 하루정도 그냥 쉰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있겠냐?' 싶었다. 게으름에
넘어간다고 해도 모래알처럼 많은 날들 중 하루였고, 나의 휴가를 사용해서 쉬는
하루였을 뿐이었다.

  전화를 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싶었으나, 그것은 비겁해보여 많은 말로 보고를
하지 못하고 '집에 일이 좀 생겼다'는 변명으로 휴가를 얻었다. 마음을 금새 편안해졌다.
고등학교 때 결석했던 날 아침 허락을 받았을 때처럼... 곧 다시 잠이 들었다.

  눈을 뜨니 아침은 이미 지났다. 어느새 오후에 들어서고 있었지만 오래 잔 시간만큼
피곤함이 가시진 않았다. 대신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짐을 느꼈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영화 한 편을 봤다. 머리속을 어지럽히는 쓸데없는 생각들을 없애고 싶었다. 영화를
보다가 깜박 다시 잠이 들었고, 생각은 더욱 많이 들었으며 마음 한 켠의 어둡고 무거움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오후에는 보독회원들과 함께 하기로 한 북콘서트with구본형이 준비돼 있었지만,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오후에도 몸을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공동체이기는 하지만 Leader의 책임감은 무서운가 보다. 그런 마음 속에도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문을 열고 집을 나섰기 때문이다.

  인터뷰 형식의 대담과 책을 읽고 느낀 무엇인가를 노래로 표현하는 북콘서트로 진행된
1시간 30여분이 지난 후에도 무거워진 마음이 위로받지는 못한 듯 했다. 보독 회원들과
서둘러 헤어진 후 일찍 집에 들어왔다. TV 드라마 그리고 무릎팍도사를 보고 잠이 들었다.

  아침... 첫 단추를 잘못끼운 하루는 온종일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어찌보면 어제보낸
하루는 '삶' 자체도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전반부의 삶 동안 한낯 유치하고 값싼
욕망에 이끌려 다니다가 무거워질대로 무거워진 몸과 마음은 삶의 2막에까지 영향을 미쳐
더 큰 원초적이고 거대한 욕망은 접해보지도 못하고 처음 휘둘린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 6월 이런저런 다짐이 맥없이 무너진 한 달을 보냈다. 그 어떤 이유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의 값싼 욕망에 그렇게 된 것이다. 몇 번을 그렇게 보내니 다시 다짐하는 것 자체가
일상처럼 느껴져 다짐만 하다가 시간이 흘러 버릴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제일 먼저 믿어야 할 사람은 분명 '나'지만, 또한 무엇보다 경계하고 믿지말아야
할 사람 역시 '나'였다. 그런 한 달이다. 아주 사소하게 느껴진 몇 번의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이 여지없이 나의 자존감을 깎아버린 경험을 한 달이다.

by 왕마담 2010.07.0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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