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지에도 썼었지만 또 한 달이나 훌쩍 지난 일이지만 친구들과의 가족 모임에 참석했습니다. 모두들 부인과 아이들이 함께 하는 자리였지요. 참석하겠다는 결심을 하고서도 하룻밤 머물 강화에 도착할 때까지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리고 빨리 자리를 피하고만 싶은 뻘쭘함이 없어지지 않더군요. 저 혼자만 싱글로 참석하니 말입니다. 게다가 여전한 낯가림으로 인해 친구들 부인과 아이들과는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히구~

 

그래도 펜션으로 떠나기 전 마트에 들려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 조금 더 풍성함을 더해줄 수 있는 선물을 샀습니다. 조카들 과자는 이미 들려있을 듯해서 각 집집에 하나씩 줄 수 있을 만한 것으로 골랐지요. 어쩌면 를 위한 선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빈손보다는 뭔가를 줄 선물을 준비하는 것으로도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모임이라고 해도 사실 술 마시고 아침에 해장한 것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술잔을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눴지요. , 가족, 애기들, 노총각 탈피 전략(?), 모임에 대한 얘기들 등 그러면서 옆에서는 친구 와이프들 역시 점차 친구들이 되어가는 듯 보이더군요. 흐뭇함에 연거푸 기울인 술잔으로 필름이 느슨해 질 때쯤 한 친구 손에 이끌려 어두컴컴한 뒷마당 같은 곳으로 이끌려갔습니다. 뭔가 속 깊은 얘기를 하려는 줄 알았지요. 그런데 엉뚱하게도 하늘의 별을 가리키더군요. 그제서야 인위적인 밝은 조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은은하게 따뜻한 환한 별빛들이 들어왔습니다. 그게 그 날의 마지막 기억이네요.

 

다음 날 아침, 친구가 끓여준 라면으로 해장 잘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바람이 어찌나 상쾌하던지요. 무언가 의 경계 하나를 넘어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관계를 위한 노력은 무엇이고 그 결실은 또한 무엇일지 어렴풋하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랬던 고등학교 동창 모임이 한 달 정도가 지난 지금은 완전 다른 모습이 되었습니다. 빙판에 금이 가듯 균열되고 있습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틈이 생기게 된 원인 역시 샅샅이 뒤져 밝혀내고 싶은 생각도 없지요. 친한 사이일수록 부딪힘은 많을 수 밖에 없었으니 말입니다. 오해는 대화로 풀면 됩니다. 단절만 아니면 상관없습니다. 멘토에게 들었던 말이 이제야 조금 이해되는 듯 합니다. ‘진정 사랑을 위해서는 자신을 파괴해야 할 때가 있다라는 것입니다. 제 기억력이 아쉽지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만 비슷합니다. 말씀인즉 사랑이나 우정혹은 더 깊은 친밀함을 위해 나의 자존심명예와 같은 나를 위하는 마음을 버려야 할 때가 있다는 말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몇 일은 마음이 무거워 어찌해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중심을 잡고 제 자신의 일상을 소중히 보내야겠습니다. 있던 그 자리에서 열심을 내어 살다 보면 또 잠시 들려 그 때의 그 따뜻한 별빛 아래서 시시껄렁한 농담과 각자의 치열한 고민으로 유쾌함과 진지함을 쌓게 되겠지요. 조금 더 우정이 깊어지겠지요. 이번 한 주 더 깊고 더 넓으며 한 차원 높은 그런 쾌락을 맛볼 한 주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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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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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마담 2012.11.05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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