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무척 아끼는 시간이 있습니다. 레슨 전 스타벅스에 들려 마시는 모닝 아메리카노 한 잔과 헤드폰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시간이죠. 어느 지점이든 손님 많기로 소문난 카페지만, 쉬는 날 치고는 이른 시간이기 때문에 한적해서 여유롭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마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듣고 싶은 음악을 풍성하게 들려주는 헤드폰과 함께라면 '여기가 천국이다' 싶어요. 아늑함에서 오는 깊은 안정감과 레슨 전 설렘을 오롯이 즐기려면 아침 일찍부터 분주해야 합니다.

 

늦잠이 왠 말, 출근하는 평일처럼 일어나야 함은 물론이고 몸을 풀기 위한 운동도 해야 개운하죠. 일상을 보낼 때 마음 먹었던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편안하고 달콤한 모닝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일주일을 잘 보내야 하는 건 기본이죠.

 

이 약속들을 모두 지키고 아침밥까지 먹고 도착하면 대략 1시간 남짓 보낼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을 더 만들기 위해 빨리 올 때는 역설적으로 조급해지더라고요. 특히 차를 몰고 올 때 머뭇거리는 앞차로 인해 길이 막혀버리면 화가 맹렬하게 올라옵니다.

 

주차하고 스타벅스를 가려면 길을 건너야 하죠. 그런데 신호등은 일부러 그러는지 하필 제 앞에서 자꾸 빨간불로 바뀌는지 모르겠어요. 종종 카페 앞에서 한 무리 사람들이 먼저 가고 있을 때 '스벅'에 갈 거 갔다 싶으면 어김없이 그곳에 가더군요.

 

적지 않은 사람들이라 차례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아까워집니다. '신호등만 기다리지 않았어도 내가 먼저 주문했을 텐데' 싶어요. 후다닥 뛰어가 주문하고 싶지만, 예의상 기다리다 보면 '한 잔만 시키면 되는데......'라며 짜증이 고개를 쳐들어요.

 

그 날 아침 스타벅스에는 제 앞에 먼저 온 사람이 한 사람 밖에 없었습니다. '~ 한가해~'라며 기분 좋았어요. 앞사람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묘한 동지애를 느꼈습니다. 더운 여름에도 차가운 음료보다 식혀 마시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그리고.....'라는 마을 들었을 때 ''스러웠습니다. '카페라떼 한 잔, 녹차 세 잔, 프라푸치노 크림 없이 한 잔......' 그의 주문은 끝없이 이어졌어요. 점점 굳어가는 제 표정이 느껴졌습니다. 한참 걸려야 마실 수 있는 커피에 대한 아쉬움이 적개심으로 변하고 있었죠.

 

'운동을 그렇게 오래 했어야 할까~ 조금만 일찍 나왔어도', '왜 하필 오늘 바리스타는 한 명뿐일야~'..... 이 분보다 일찍 오지 못한 자책과 마음처럼 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원망이 듭니다. 드디어 내 차례, 바리스타는 먼저 '앞 주문이 조금 오래 걸릴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묻네요.

 

'안 괜찮으니 빨리 주세요'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있나요. '~'. 주문 받는 분이 갑작스레 '축하합니다'라며 경쾌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넵니다. 어리둥절했어요. '?', '무료 음료권에 당첨되셨습니다'라며 쿠폰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해주시네요. 매우 귀한 선물은 아니지만 짧은 순간 웃음이 피면서 '하필' '럭키'로 바뀌었습니다.

 

무료 쿠폰과 커피를 들고 카페 한 모퉁이에 자리 잡고 앉아 헤드폰을 쓰고 듣고 싶은 음악을 플레이시켰어요. 발레 작품에 쓰일 정도로 흥겹고 경쾌하지만 차이코프스키 특유의 가슴을 시리게 만드는 바이올린 협주곡 <현을 위한 세레나데>였습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자 요동치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 앉는 걸 느껴요. 그제야 미소가 띄어지며 제 자신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 몇 분 일찍 나왔다고 치자. 그랬다고 해서 이 자리에 앉기까지 내가 원하는 일만 생겼을까?'. 여유로움을 만들기 위한 조급한 서두름은 참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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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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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차이코프스키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by 왕마담 2016.06.2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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