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보지 못해 아쉬웠던 영화 중 하나인 타이타닉의 재개봉 소식에 즐겁지 않을 수 없었다. 거기에 더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직접 3D를 입혔다니 기대 안 할 수 없었다. 그나마 기대감을 조금 낮춰준 것은 단순한 스토리로 기억했다는 점이다. 15년 전에 봤을 때 거대한 배의 침몰과 그 속에서 엮어진 사랑그 이상의 스토리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영화에 비해 긴 런닝 타임 동안 지루하지는 않을까 생각했었다.

 

그런 약간의 우려는 잘 기억해내지 못했던 영화의 디테일들을 만나면서 없어졌다. 예를 들면 문이 잠겨 탈출할 수 없는 복도에 갇힌 잭 도슨과 로즈 앞으로 한 선원이 지나간다. 그런데, 구해달라는 두 사람의 절규에 당장 구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문을 열어보지만 결국 열쇠를 떨어뜨렸을 때 혼자 살겠다고 도망간다.’ 침몰하는 배, 바닷물이 밀려들어와 삽시간에 차오르는 배에서 그 선원의 탈출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표현해낸 이런 장면은 사람의 본성도 잘 나타내며 웅장한 스펙타클 속에서 작은 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는다. 거장의 세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이 영화를 둘러싼 스토리는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주인공들의 사랑은 로즈의 약혼자와 어머니로 대표되는 상류사회의 신분차별과 돈에 대한 고정관념과 순간순간 부딪히며 갈등한다. 그 속에서 흔들리는 연인을 잭 도슨은 당당하고도 유쾌하게 사랑하며 서로를 지탱하고 잡아준다. 명예를 중시하는 선장은 지켜야 할 원칙을 져버리며 처녀 항행에 침몰이라는 거대한 사건의 빌미를 제공하며 모든 것이 평화로울 때는 신사다움으로 처신하다가 곧 돈과 승리에 대한 탐욕으로 질투와 시기에 사로 잡히는 모습을 그려내는 로즈의 약혼자가 나온다. 또한 그녀 자신도 그리 품격이 높아 보이지 않는데 자식의 목숨보다 체면을 유지해버리는 로즈의 어머니를 보면서 스토리 속 사건을 통해 사람의 본성을 참 잘 그려냈다.

 

게다가 잭 도슨의 자유로운 모습을 보면서 나는 대리 만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의 인물들 중 대부분 인상이 찌푸려지게 잘 그려낸 모습이 어쩌면 내 모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오늘의 순간보다 내일의 평생을 걱정하며 살고, 체면 때문에 하고자 하는 바를 못할 때가 많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내 자신을 구속하며 무엇보다 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려는 모습 등을 영화는 내 자신의 모습을 대신하여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절대 침몰할 것 같지 않은 거대한 배의 처음이자 마지막 출항이라는 극적인 역사 속 사실에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며 당시의 인간적인 차별을 갈등구조로서 녹여냈다. 그것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연출로. 과연 이 영화가 15년 전에 개봉했던 그 영화가 맞는지 의아했다. I’m king of the world 라고 자신 있게 외쳤던 잭 도슨과 제임스 카메론 감독, 거장의 명작은 새로운 세상인 타이타닉을 만들어냈다.

 

 

by 왕마담 2012.04.1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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