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s

고담 시는 배트맨의 활약으로 점차 안정되어 가고 질서를 잡혀가는 듯 보인다. 그로 인해 경찰력은 강해지고 새로운 검사인 하비 덴트까지 가세하여 범죄 핵심 세력을 뿌리째 뽑을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착각일 뿐 그들이 추구했던 정의를 혼돈으로 바꾸어놓을 이가 등장한다. 그가 바로 조커이다.

 

다크나이트의 시작은 매우 강렬했다. 조커와 배트맨의 등장을 대비하여 보여준다. 조커가 매우 능수능란하게 범죄의 목표를 이루는 데에 반해 배트맨은 범죄 현장에서 힘겹게 그들을 일망타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영화 내내 마찬가지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고담 시를 혼란과 혼돈 속으로 밀어 넣는 조커의 모습은 배트맨의 활약을 압도한다.

 

그렇다면 조커가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는 아마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착하지 않다는 것. 간사하고 악랄하며 이기적인 본성을 까발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점차 질서가 잡혀가는 현재의 고담 시 자체를 혼돈으로 밀어 넣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그에게 돈과 권력 등은 아무런 목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저 고담 시 사람들 각자가 각자의 벌거벗은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만들면 될 뿐이니. 보통 범죄자들이 갖고 있는 목표가 없는 그가 섬뜩하면서도 영화를 통틀어 가장 돋보이는 이유가 그것일 테다.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고 있지만 순수하다는 점. 보통 사람들처럼 망설임이 없고 계획도 없다. 대의명분? 그런 것은 필요 없다. 오직 인간의 나약한 내면에 스며들어 혼란을 조성할 뿐이다. 그런 그에게 딱 좋은 먹이감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White Knight로 칭송 받는 하비 덴트이다. 그를 타락시켜 사회적 이익을 먼저 쫓는 것이 아닌 자신의 본능에 충실하게끔 만들면 결국 자신의 정당성이 입증이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에게 배트맨은 어떤 존재일까? 조커는 배트맨에게 자신을 완성하는 이라고 칭한다. 질서를 확립하려는 이로써 자신과 완전히 다른 거 같지만 또한 고담의 돌연변이이다. 그에게 배트맨은 떨어질 수 없는 한 몸과 같은 것으로 인정하고 있는 듯 하다. 어떻게 이용했을까? 그것은 협박을 통해 배트맨의 정체를 밝히라는 압박에서 나타난다. 그 의도는 사실 배트맨의 정체를 밝히는 것 보다 범죄자라고는 하지만 껄끄러운 일에 의지하는 배트맨에 대한 고담 시민과 경찰의 배신과 이중적인 모습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리고는 배트맨에게 심문을 당하는 자리에서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결국 자신과 똑같은 돌연변이 취급을 받으며 버려질 것이라고 의견을 주장한다. 사실 심문하는 내내 힘으로 밀어붙이기는 하지만 점차 코너로 몰리는 것은 바로 배트맨이다.

 

조커의 대표적인 명대사. 그를 표현하는 함축적인 대사.

Joker : Why so serious?

 

 

 

 

The Dark Knight

난 사실 다크나이트가 배트맨 영화인지 잘 몰랐다. 극장에 가서야 알았으니 이제 생각해봐도 참 운이 좋았다. 잘못했으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못할 뻔 했으니. 배트맨 영화인줄 알았으면 아마도 보지 않았을 가망성이 크다. 그 전에 생각하던 배트맨은 허황된 얘기와 이미지로만 가득 차있다고 생각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나는 정말 몰입했다. Hero 무비라고는 하지만 조커와 배트맨의 초반 등장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액션들은 정말 리얼리티 했기 때문에 눈을 떼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기는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자체가 <대부> <히트> 등과 같은 범죄 스릴러와 느와루의 색을 입혀 현실적으로 보이길 원했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괴로워하고 많은 적들에 둘러 쌓여 피곤해 하는 모습, 죽이도록 밉지만 죽이지 못하는 다소 약해 보이는 모습 속에서 이전과는 다른 인간적인 영웅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화 시작 후 배트맨 흉내를 내는 시민이 배트맨에게 내가 당신과 무엇이 다른가?’라는 대사를 한다. 처음에는 그 대사가 별 의미가 없어 보였다. 배트맨 역시 하키마스크는 쓰지 않아라는 답으로 표면적인 이유를 대지만, 진정한 차이는 영화를 통해 밝혀진다. 어느 보통 사람이 모두의 손가락질을 받을 것을 알고 상처 입을 것을 알면서도 정의를 지키려 하겠는가? 그것이 Last Scene Dark Knight로 불리는 이유를 들을 때 전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는 왜 죽이면 쉽게 끝날 일을 끝까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비긴즈에서 부터 시작하는 그의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다. 라스 알굴이 훈련의 마지막 단계로 죄인을 죽이길 원하지만 그는 단호히 거부하며 계속 압박하는 그들의 아지트를 불태운다. 이번에도 그는 조커를 죽일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될 일이기는 하지만 그랬다면 레이첼이 죽을 일도 없고 하비 덴트 역시 악하게 변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마저 죽이지 못했다. ? 그것은 자신이 도시를 지키고 구하려는 사람으로서 일련의 법을 어기는 범죄자 취급은 받을 수 있지만 살인자가 아니라는 정체성을 고수하는 것이다. 사실 그의 정체성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범죄자이기는 하지만 살인은 하지 않는 이런 상징적인 부분이 그 부분을 대변한다고 볼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런 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의심하게 만들고 그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조율하는 조커야말로 가장 버겁고 힘겨운 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크나이트를 설명하고 있는 대사. 비록 배트맨이 하는 말은 아니지만.

James Gordon : Because he's the hero Gotham deserves, but not the one it needs right now...and so we'll hunt him, because he can take it. Because he's not a hero. He's a silent guardian, a watchful protector...a dark knight.

 

 

 

다크나이트 그 재미와 감동만큼 수 많은 명장면들이 존재하지만 감독이 왜 이영화를 배트맨이라는 마케팅 효과가 큰 이름을 버리고 ‘Dark Knight’로 지었는지를 알게 해준 이 장면, 전율케 했던 이 마지막 장면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I believe ‘Harvey Dent’

조커와 배트맨, 그 사이에 있는 하비 덴트. 그는 매우 정의감 넘치고 또한 그것을 실행할 열정과 능력이 있는 검사이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헌신하는 사람이다. 흔들리지 않을 거 같던 그 역시 레이첼의 암살 경고에 이성을 잃어버리며 조커의 부하를 협박하여 조커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 이 때 사용하는 것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동전 던지기 확률이다.

 

고담의 White Knight로 칭송 받는 그가 법을 통하지 않고 협박을 했다는 점은 그 때까지 쌓은 그의 정의감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의 의지가 아닌 확률에 기대 결정을 내리려 했다는 점은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준다. 각종 도덕과 규칙, 규범으로 무장했지만 내면에는 늘 또 다른 조커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불편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늘 법과 도덕, 규칙은 악용되기 일쑤이다. 하비 덴트가 한 번의 동전 던지기로 결정 내리는 것이 아니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던지려 했던 점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조커의 계략에 의한 레이첼의 죽음은 그 죽음과 관련됐다고 믿는 이들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믿는 확률로 복수하는 투 페이스 하비로 변한다.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에서 복수심에 미친 살인자로 변하는 그 얇디 얇은 종이 한 장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믿기는 좀 싫기도 하지만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 바로 하비 덴트가 아닐까 싶다. 어느 순간 무슨 사건으로 인해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던 모습을 꺼내 드는 모습. 그것이 배트맨일지 조커일지는 누구의 선택이고 몫일까?

 

하비 덴트가 기자 회견을 하면서 조커의 협박으로 배트맨의 정체를 밝히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했던 대사. 그나마 제 정신 차리고 있었을 때의 가장 멋졌다.

Harvey Dent : The night is darkest just before the dawn. And I promise you, the dawn is coming

 

끄적끄적

이번 음악 감독 역시 좋아하는 Hans Zimmer James Newton Howard 가 함께 맡았고, 스토리는 David S. Goyer가 맡았다.

 

이번 영화에 바뀐 배역은 레이첼 역을 맡은 Maggie Gyllenhaal 밖에 없다. Christopher Nolan의 영화 시리즈에 대한 전통을 그대로 가져 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배트맨은 가면을 쓴다. 조커도 가면을 쓰고 나왔다. 하지만, 배트맨은 가면을 벗으면 곧 자신의 진짜 얼굴이 나온다. 하지만, 조커는 가면을 벗고 나도 화장한 얼굴이 나온다. 지문, DNA 등 어떤 검사로도 그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설정과 너무나도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가? 원작이 치밀한 것인가?

 

 

 

 

 

by 왕마담 2012.09.1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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