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오후에는 휴가를 냈습니다. 그것도 아침에 문득 쉬고 싶은 마음을 따랐지요. 12월이 시작된 지 꽤 되었음에도 여전히 월 계획도 세우지 않았고 지난 토, 일요일까지 너무 달렸기에 피곤도 많이 쌓여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엔딩노트라는 영화가 보고 싶기도 했었지요. 극장마다 다르겠지만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는 금방 막이 내려 서두르지 않으면 극장에서 볼 수 없지요. 조급함도 어느 정도 들었네요.

 

그런데 너무 무방비로 영화를 보았나 봅니다. 그것은 영화 잡지 씨네 21’에 쓰여진 리뷰 때문입니다. 말기 암 환자가 죽기 전 자신의 신변과 주변을 정리해놓은 이 노트가 울음보다는 시종일관 유쾌함이 함께 한다고 쓰여있었지요. 그런데 죽음을 다룬 이야기들이 대개 그렇듯 아쉬움의 눈물이 없을 수 있겠나요? 그것도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나 다름 없었기에 그 삶을 다룬 화면 하나 하나에는 절실한 아쉬움이 짙게 깔려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더욱 귀해지는 주제를 다룬 영화를 많이 보았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버킷리스트’, ‘노킹 온 헤븐스등 같은 영화들이 기억에 많이 남네요. 그렇지만 그 영화들은 전문배우가 나와 연기를 하는 것인데 비해 이 엔딩노트의 주인공은 그 자신입니다. 비슷한 이야기가 또 있었습니다. 십여 년 전 실제 암환자가 자신의 일상을 담은 내용을 다음 카페에 올린 삶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지요. 아마도 카페명이 독특해서 더 기억에 남는가 봅니다. ‘평생을 오늘처럼이 카페이름입니다.

 

이 이야기들의 특징은 주제가 불치병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것을 둘러싼 삶에 대한 이야기가 이야기의 본 주제이지요. 암과 같은 불치병은 극대화를 위한 도구로 쓰인 것입니다. 코앞에 닥친 죽음 그 자체보다 자신이 언제 떠나야 할지를 아는 순간이 바로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이 됩니다. 몸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병원에 입원한 주인공의 소원은 내년에 손주들의 얼굴을 보는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에 있는 큰 아들이 손주들 특히 갓 태어난 셋째까지 함께 병문안을 옵니다. 병원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기는커녕 말하기도 힘겨워하던 주인공이지만 힘을 짜내어 손주들을 쓰다듬으며 안부를 묻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일상의 반복됨에 너무 찌들어 버렸는지 모를 일입니다. 늘 반복하는 순간이 생각하지만 강물이 흘러갈 때의 그 물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듯 제게도 이 순간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순간순간이 모두 마지막이라는 점을 주지하여 깨어있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다시 올 것이라 망각하지만 그것이 언제 또 올지 모르지요. 그러니 지금에 충실하고 충만하게 살고 싶습니다. 그런 마음을 다시 일으켜주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선물과 같은 영화가 될 것 같네요. 추천 드립니다.(영화사에서 뒷돈을 받거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엄동설한이라는 단어를 직접 체험시켜주는 날씨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튼튼하게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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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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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마담 2012.12.10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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