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창공을 시원스럽게 날라가는 비행기'를 보면 가슴이 한쪽이 뚫리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유로움'에 대한 욕구를 대신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영화 <플라이트> 역시 '자유로움'을 말한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장면은 초반부 비행기가 추락하는 장면이 모두이다. 그 외에는 주인공인 <웹 휘태커(덴젤 워싱턴)>의 내면 연기를 담고 있다. 기대하는 초점이 다르다면 이 영화는 <로버트 저메키스>의 전작들과 달리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의 <콘택트>, <리얼스틸>, <백 튜더 퓨처>와 같이 새로운 세상을 담지 않았으며 <포레스트 검프> <캐스트 어웨이>와 같이 꿈같은 현실을 그리지 않았다.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이 아닌 실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알콜과 마약 중독자인 기장 <웹 휘태커(덴젤 워싱턴)>. 밤새 마신 술이 깨지 않아 헤로인을 하면서 정신을 차린다. 속과 달리 겉모습은 유쾌한 농담을 잘 하는 쿨하고 젠틀하며 당당한 모습이다. 난기류와 기체 결함에 의해 비행기는 거꾸러 추락하지만 휘태커의 탁월한 판단력과 순발력에 의해 기적과 같이 불시착한다. 102명 중 사망자는 단 6. 나중에 항공사에서 동일한 사항을 시뮬레이션 해보지만 10명의 다른 기장 모두 자신은 물론 승객까지 100% 죽어버리는 결론이 나왔던 상황이었다.

 

 

 

사고 후 술을 끊는 휘태커. 집 곳곳에서 나오는 술의 양이 놀랍다. 자신이 중독자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알콜에 의지하게 된다. 자신의 영웅적인 비행 실력은 몰라주고 중독자였다는 사실을 파고드는 사건 수사관들의 괘씸함과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든다. 영웅에서 중독자로 비행기처럼 추락하며 점점 고립되어 간다.

 

<덴젤 워싱턴>은 이미 <맨 온 파이어>에서 알콜에 의지하는 전직 CIA요원 역할을 맡은 적이 있다. 그의 내면을 표현하는 연기는 탁월하다. 점점 더 무너져 내려가는 현실을 끝까지 부여잡고자 하는 중독자의 모습, 참고자 노력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모습, 현실과 망상을 착각하는 연기가 현실처럼 느껴졌다.

 

홀릭의 근원을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대신 수렁에 빠지는 압박감과 둘러 쌓인 벽들을 잘 묘사하여 보여준다. 특히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호텔에 묶게 된다. 항공사가 제공해준 것이지만 그가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감시까지 하게 된다. 당연히 그의 방에는 술 대신 청량음료가 가득하다. 문이 잠겨있지 않고 열려진 옆 방의 냉장고에는 위스키가 가득차 있다. 감독은 그 앞에서 중독에 빠진 사람이 어떻게 대할지 놀라운 연출을 보여준다.

 

기장으로서 하늘을 마음껏 날라 다니지만, 피하고 싶은 현실에 갇혀 버린 <웹 휘태커>. 그 현실은 그가 중독자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과 위선, 그리고 술이 만들었다. 단 한 번 마지막으로 'Yes'라는 거짓말을 하면 실제 잃을 것이 하나도 없이 자유로운 영웅이 될 수 있던 순간, '설마 설마'했던 그 마지막을 보여주는 <자기 수용>에 대한 결말이 놀라웠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와중에 'I got the contorl'이라는 대사가 있다. 인생, 당연히 내 자신이 control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자기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실망감, 알 수 없는 내일에 대한 불안함이 교차한다. 과연 우리는 내 것이라 믿는 인생을 제대로 <Control>할 수 있을까? 흡사 추락하는 비행기와 같이 등떠밀려 하루 하루 살아가지 않은가?

 

피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감싸 안을 때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울림을 준다. 일상 속에서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못나 보일까 이런 저런 사소한 거짓말을 했던 모습 그리고 거기서 받은 죄책감과 상처들이 일순 <웹 휘태커>에 대입되어 가슴 속에 파고 들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극적인 순간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꾸 눈시울이 붉어졌다. <>와의 화해, 참다운 자유로움은 하늘 높이 저 멀리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알려주는 영화, <Flight>였다.

by 왕마담 2013.03.1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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