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겉표지를 벗기니(?) 더 마음에 드는 표지가 나왔다]

 

두 번째 읽은 이제서야 책 제목이 왜 <포트폴리오 인생>으로 지어졌는지 소심한 불만을 품게 된다. 이 책의 일부분인 찰스 핸디가 새로운 개념으로 내놓은 개념을 이미지화한 내용을 제목으로 인용한 것이다. 책을 모두 읽게 되면 정말 평범해 보이는 <Myself and other more important matters>라는 원제가 책과 함께 살아 있는 듯 느껴진다.

 

그의 생로를 보며 성찰적 지식을 얻는 즐거움이 크다. 처음부터 지은이의 사유가 넓고 깊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삶의 굽이에서 만나는 각종 사건들이 성찰과 합쳐져 진정한 경험이 되고 학습이 따르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진솔한 고백으로 만날 수 있다. 회사()에 많은 손실을 안겨준 취중에 진행했던 탱크 프로젝트를 읽을 때면 경영 구루(나중이기는 하지만)로 손꼽히던 이의 실수를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 독립일, 역사적인 그 순간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맥주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던 스스로 철없었다고 고백하는 모습 속에서 '그 역시 사람'이라는 안심이 들었다.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품게 하는 모습이다. 순간의 소중한 순간들을 그처럼 경험이 되도록 성찰적 질문을 던지며 학습해 나간다면 분명 성장이 따르리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단지 담담하게 쓰여진 그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성찰을 품도록 돕는다. 찰스 핸디를 선생이라 부르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경영 사상가로 불리며 나름대로 쌓아와 정리해 놓은 경영 관련 지식 속에서 그 나름의 사유를 엿볼 때면 '오라~'하며 무릎을 칠 때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인 용어들이 남발할 것으로 미리 짐작하여 어려워 말자. 작가 역시 조직 내에서 쓰이는 무분별한 공학적 언어와 허황된 언어가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교수로서 자신의 역할을 "이미 알려진 연구결과를 언어로 정리하여 학생들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하자는 것 (P.311)"이 그의 취지인 것이다. 책 속에서 한 번 살펴보면 경영 용어로 대표적으로 다양한 활동으로 삶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사는 사람을 일컫는 '포트폴리오 생활자', 효율적인 조직 설계의 비결을 도넛을 빗대어 설명하고 다름과 차이에서 오는 '벼룩 경제' 등 비유와 이미지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 그가 책에서 직접 말했듯 사람들을 대신해 세상을 해석해준다.

 

옥스포드에서 고전 문학, 역사, 철학을 전공한 만큼 사람들을 이해하는 인문 수준이 높다. '어떻게'보다는 ''에 초점이 맞추어진 소크라테스식 질문을 일상 생활에서 던지는 그의 호기심은 많은 것을 배우고 이해할 기회를 만들어 주었던 듯 싶다. 특히, 뿌리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는 좋은 삶의 자세를 배워 나중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는 수준에 이른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좋은 삶이란 바로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에 다름 아니었다. 이 복잡한 그리스어는 흔히 '행복'이라고 번역되지만 아리스토텔레스한테는 다른 의미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행복이란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었다. 와인과 책을 들고 해변에 누워 있거나, 꿈에 그리던 이성과 질펀한 섹스를 즐기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에우다이모니아는 '번영' 또는 '가장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함' 등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P.60)"

 

고전을 많이 읽고 철학을 즐겨 하는 작가로서 술술 읽히게 이야기를 만드는 능력이 돋보인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작은 시냇물이 나중에 큰 폭포로 만나 듯 말하고자 하는 큰 뿌리를 발견한다. 게다가 어려운 말로 자신을 높이기 보다 함께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 겸손이 돋보인다.

 

나고 자라며 배우고 일하며 사랑하는 순간 순간 서로 다른 자신을 만나며 그 때마다의 삶의 경험을 담았다. "창의 빈 곳을 메우고 싶기 때문에. 그리하여 죽기 전에 나의 모든 면모를 알고 싶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책 자체가 나의 완전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의 일부다. 변화해온 삶 속에 등장했던 여러 찰스 핸디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운 것들을 만나고 성찰하는 과정이 바로 이 책이다. (P.29)" 이렇듯 정체성을 밝히는 순간부터 경영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에 대해 담담하고 진솔하게 쓰여져 있다. 독자에게 삶은 어떠하니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시종일관 각자에게 맞는 질문을 던져준다.

 

책의 핵심은 제목과 같은 1인 기업가를 지칭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인생이라는 개념적 용어 자체 에있지 않다. 자신이 잘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에우다이모니아'의 삶을 지향하여 최선을 다해 살고자 했던 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지막 장을 넘길 때 감동적인 영화를 한 편 본 것과 같은 큰 울림이 남는다.

by 왕마담 2013.06.1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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