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구글이미지 검색]

 

 

일주일 정도 명치 부근이 막힌 듯 느꼈습니다. 물이나 음료를 삼킬 땐 목에 뭔가 걸리는 느낌을 받았죠. '또 체기가 왔구나' 싶었습니다. 추석 연휴 이후 유난하게 밀가루 음식이 땡겨 라면, 떡볶이, 만두, 국수 등 분식을 자주 먹었던 게 마음에 걸렸어요.

 

'조심하자' 싶었지만, 밥 먹을 때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평소처럼 대충 씹고 삼키기 일쑤였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에는 상암동에서 협력사 직원분들과 같이 식사를 했어요. 다 같이 쌀국수를 먹자고 포베이에 갔으나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기다리다 늦어지겠다 싶어 옆 돼지고기 스테이크 집을 갔어요. 소고기가 아니라 '스테이크'이름이 들어간 레스토랑치고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그날 아침에도 입맛이 없어 야채쥬스 하나만 먹은 채 평소 점심시간을 훌쩍 넘은 1시에 이르렀더니 무척 배고팠습니다.

 

음식이 나오자 허기진 배가 식욕을 부르더군요. 스테이크는 큼지막하게 썰어 먹어야 맛있지 않습니까. 또한, 노른자가 탱글탱글한 반숙 달걀 후라이까지 얹으니 좀 느끼했지만 어찌나 맛있던지 10여 분만에 폭풍 흡입, 같이 나온 밥까지 싹 비웠습니다.

 

오후에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한 외부 미팅이 있었죠. 전체 협력사를 모두 부른 킥오프 회의였어요. Project Manager를 다른 회사 이사님이 맡고 있는 데 본인 책임 회피를 위한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시스템 구성과 설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초안을 잡지 않고 그 시간에 모든 걸 결정하려 했어요.

 

다른 협력사는 물론 고객마저 어이없는 상황에서 시작된 미팅은 늘어졌습니다. 네트워크 디자인마저 처음부터 어떻게 해야 되는지 제게 묻더군요. 보통 PM이 고객과 협의하여 구성안을 잡고 가능한지 더 좋은 구성은 없는지 묻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 분의 이상한 회의 진행에 짜증과 함께 울화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 오르더군요. 회의가 끝날 즈음 네트워크 구성에 대한 또 다른 회의를 하기로 하자 몸에서 열이 났습니다. 두통이 생기더군요. 명치 부근이 아팠습니다. ', 체했구나' 싶었죠.

 

미팅이 모두 마무리된 시간 5 15, 팀장님께 연락 드려 진행사항을 말씀 드리고 먼저 퇴근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타인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까지 상하다니, 금요일 오후 일마저 일찍 끝났는데 기분은 우울했어요. '필요 이상 나 혼자 속으로 열 냈구나' 싶었습니다. 더하여 '점심밥도 미련하게 고기를 먹었네!' 후회했죠.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저녁까지 물과 까스활명수만 빼고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토요일 밤이 되어서야 허기가 지더군요. 죽을 조금 먹었습니다. 신경성 소화불량을 예전에는 달고 살았는데, 간만에 걸렸어요. 생각해보니 특징이 있습니다. 마음이 먼저 체했어요.

 

먼저 원치 않는 일이 생깁니다. 하지만 대개 내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거나 컨트롤할 수 없는 타인과 연관된 거죠. 짜증이 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이 점점 더 들끓게 만들어 화로 변해요. 하지만, 뭐라 말할 수 없기에 혼자 삭힙니다. 컨디션이 나쁘면 몸이 바로 반응하게 되죠.

 

그럴 때면 짜증 섞인 말로 원하는 상황을 만들고 사람을 변화시키려 했습니다. 참 어처구니없네요. 나의 짜증과 화로 바뀔 턱이 없죠. '적극적으로 만들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일상에서 내 생각대로 흘러가는 일들이 그리 많지 않을 텐데 일일이 애태우며 속 썩이다가 체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이후 그 PM 요청으로 고객과 함께 네트워크 디자인 미팅을 또 했습니다. 본인이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더군요. 예전 같으면 고객과 협의하여 초안을 달라고 했을 텐데, 가만히 놔두면 일이 산으로 갈 거 같기도 하여 '그러자'고 했습니다. 어느덧 내 일이 아닌 일이 내게 왔지만, 마음 먹고 하니 할 만 하네요.

.

.

.

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

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y 왕마담 2015.10.27 13:23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