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다수의 스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저도 감상 전 스포를 증오하는 바, 아직 보지 못하신 분 중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마음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드디어 보다, 라이브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참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던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봤습니다. 프리뷰까지 작성했었기에 낯설지 않았어요. 틈나는 대로 넘버들도 많이 들었습니다. 또한, 1973년에 나왔던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었던 작품도 봤던지라 이야기와 음악은 익숙했어요.

 

실제 라이브 공연이 주는 감동은 기존에 접한 음원과 영상과 비교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어색하지 않게 번역된 넘버들이 큰 몫을 해주었어요. 샤롯데의 음향 시설은 찢어지게 울려 되는 락음악들과 잘 어울렸습니다. Overture 부터 커튼콜까지 단숨에 흘러갔죠. 공연장을 나서며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69년 약관 22살의 나이로 이런 곡들을 작곡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이름은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 걸출한 작품들을 더욱 쏟아내지만, 이 작품에는 왠지 다듬어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흥이 솟구치는 음악이 돋보였어요.

 

 

[유다역의 최재림 배우가 부르는 마음 속의 천국(Heaven on Their)]

 

 

따분할 수 있는 스토리, 파격적인 음악과 연출로 매혹하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 단번에 빠졌던 건 <Overture>의 익숙한 리듬 때문이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락 비트와 멜로디가 흘러 나올 때부터 헤어 나올 수 없었어요. 이후 유다가 부르는 <Heaven on their minds>에서 그 리듬에 가사가 더해 아리아로 들릴 땐 이미 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웨버는 작가이자 작사가인 팀 라이스와 함께 이미 약 15분여의 구약성서 내용 중 일부인 <요셉과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라는 컨셉 뮤지컬을 선보여 성공회 주교들의 지지를 받았어요. 그들은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삶을 작품으로 만들어주기를 부탁합니다. 젊은이들에게 지지를 얻기 위해서죠.

 

락의 인기가 최고조였던 당시 <슈퍼스타> 싱글 앨범이 먼저 미국과 영국의 음악 차트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딥 퍼플 리드 싱어 이안 길런이 합류한 더블 앨범 역시 많은 사랑을 받죠. 연출가 탐 오호건와 합심하여 만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1971년 브로드웨이에 입성합니다.

 

락 오페라를 구상한 건 음악을 만든 웨버겠지만, 파격적인 무대를 보인 건 연출가 탐 오호건의 입김이라고 합니다. 민족을 걱정하듯 그려진 가롯 유다와 인간의 삶과 신의 행보 사이에서 번민하던 예수를 그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보수적인 기독교와 유대교도들의 항의는 효과적인 마켓팅이 되어 주며, 흥행은 승승장구하죠.

 

 

[지저스의 고통을 연출한 장면, 2012년 Arena Tour 이미지]

 

 

심플한 무대, 효과적으로 감정을 움직이다

무대는 단순했어요. 사막의 모래 기둥을 연상시키고, 예수의 재판에는 기둥 몇 개만 재배치하면서 로마의 신전과 같은 모습을 만듭니다. 조명을 이용한 빛에 의한 연출이 무척 효과적으로 느껴졌어요. 대개가 예수의 후광과 극적인 효과를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숨 막힐 듯한 침묵과 빛의 향연은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더군요.

 

예수의 번민을 나타내는 민중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특히, 1막 중후반 기적을 갈구하는 아프고 버림받은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의 암흑의 기사들과 같은 모습으로 연출되어 기괴하면서도 음습한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그 속에서 힘겨워하는 예수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봤던 영화(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1973년작)에서는 인간 예수에게 초점을 맞춘 듯 하여 좀 찌질 한 모습으로, 유다가 돈을 이용한 민중에 대한 봉사에 대한 갈망은 현실적으로 보였어요. 하지만, 번민을 통해 신과 같은 존재로 다시 태어나는 예수와 자신의 배신에 괴로워하는 유다의 모습 속에서 뭉클한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지저스 역의 박은태 배우가 부르는 겟세마네(Gethsemne)]

 

 

오페라 같은 뮤지컬, 난이도 높은 아리아들로 말하다

1막 중후반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풀려나듯 벗어난 예수에게 막달리아는 편히 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I don't know how to love him>을 부릅니다. 몸으로 먹고 살던 그녀에게 남자들은 욕망을 채우려는 족속으로 보였겠지만, 그 만은 달랐죠. 사랑을 느끼는 그녀의 절절한 아리아 속에서 감동이 느껴집니다.

 

곧 유다의 배신을 느끼며 씁쓸하지만 뭔가 결의에 찬 예수의 모습으로 1막이 마무리됐어요. 2막에서는 그와 유다가 고난 속에서 번민하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또한 죄 없는 그를 죽이기 싫어하는 빌라도의 모습 역시 인상적이죠. <겟세마네>를 부르는 예수의 아리아 속에서 그가 느끼는 번민, 불안, 두려움, 받게 될 고통들이 느껴졌습니다.

 

유다의 자살부터 막이 끝날 때까지 아리아 이후 박수치는 것도 망설이게 되더군요. 그 특유의 비장한 슬픈 분위기를 깰 수가 없었습니다. 그 만큼 몰입하도록 만들어요. 예수가 십자가에 메 달리고, 죽었던 유다와 코러스들이 마치 Show를 펼치듯 부르는 <슈퍼스타>는 마치 지금의 우리가 의미를 묻는 거 같아 인상적입니다.

 

 

[무대 커튼콜, 찰칵 한 장]

 

 

가롯 유다, 배신자인가 리더인가?

이 작품을 보고 '왜 유다가 예수를 배신했을까?' 궁금했어요. 작품에서는 지저스에 대한 실망이 큰 이유였던 듯 합니다만, 쉽게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자료를 찾아봐도 명쾌한 이유는 없었어요. 돈에 대한 욕심으로 배신하기에는 은 30량은 너무나 작은 금액으로 보여집니다.

 

그럴 듯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어 '왜 실망했을까?'를 생각해봤어요. 결국 평등한 국가나 조직을 꾸려나갈 리더로 택한 이에 대한 믿음의 실망입니다. 예수는 유대인뿐만 아닌 가난하고 아픈 사람이라면 모든 이들을 품으려 했지만, 가롯 유다는 로마의 지배하에 핍박 받던 유대 민족의 자유를 꿈꿨던 점에서 둘의 시선은 달랐어요.

 

유다는 지도자를 원했지만 지저스 크라이스트는 신이 되길 원하며 죽으려 했던 거죠. 거기에 대한 실망이 예정됐다는 배신을 본인이 떠맡으리라 결심하게 됩니다. 그걸 알았던 예수는 부추기는 말로 유다를 선동하죠. 이런 시나리오들은 인터넷만 찾아봐도 많은 부분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마리아 역을 맡은 장은아 배우의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지저스가 행했던 진정한 기적이란 무엇일까?

앤드류 로이드 웨버나 연출가 탐 오호건 혹은 팀 라이스는 왜 이리 보편적인 이야기를 파격적으로 만들었을까요? '지저스는 정말 신인가? 신의 아들인가?'라는 물음이 들었습니다. 또한, '가롯 유다는 배신자인가? 유대 민족을 걱정하던 애국자는 아닌가?'라는 문의도 이끌어 낼 수 있었죠.

 

타인의 이목과 후대에 욕먹을 걸 두려워하던 빌라도, 죽음이 두려워 세 번의 부정을 하는 베드로, 측은지심을 갖고 있는 마리아, 권모술수에 능한 헤롯왕 그리고 권력에 집착하는 유대 사제들 등 예수와 유다는 물론 모든 캐릭터들이 각자의 번민 속에 살고 있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죠.

 

지저스가 행한 진정한 기적은 물을 포도주로 바꾸고 아픈 사람을 낫게 해준 게 아니라, 마음에 변화를 일으켰던 개심이 아니었을까요? 이 작품을 만든 이들이 말하고 싶었던 건 성서의 신성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적인 삶에 대한 고민을 하도록 만든 게 아닐까 싶었어요. 개심의 시작이 거기에 있지 않을까요?

 

 

[공연 당일 출연 배우들]

 

참고 

1. 네이버캐스트: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글쓴이: <더 뮤지컬> 기자 김영주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43&contents_id=6767

2. 관람일: 2015년 8월 22일 토요일 & 2015년 8월 29일 토요일 (2회 관람)

 

 

by 왕마담 2015.09.0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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