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테너, 생존해 있는 두 명의 공연이 서울에서 펼쳐지다

 

성악을 취미로 배우기 시작하니 클래식과 칸초네 등의 음악과 노래들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파바로티 파바로티 이름은 많이 들어 봤지만 이전에는 그의 노래가 왜 좋은지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뮤지컬이나 가요나 팝 등의 감동 코드와는 많이 동떨어져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그의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한 게 아쉬울 뿐입니다. 우리나라에도 1993년에는 단독 내한공연을 했었지요. 2001년에는 세계 3대 테너라고 불리는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가 함께 했습니다. 가끔 그때 이들의 콘서트를 봤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먼저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 공연 소식을 접했어요. 가슴이 뛰더군요. 오페라 영상과 유튜브에서만 봤던 그의 공연이라니. 하지만, 공연시간이 일요일 저녁이라 아쉬웠습니다. 그때는 레슨 시간이거든요. 한 번 정도 빠질 수도 있지만, 연주회 전의 마지막 수업이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던 이들]

 

 

공연 가격도 세계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이 아니면 또 언제

 

좀 더 검색해보니 아니~ 도밍고에 이어 호세 카레라스의 내한 공연도 진행되더군요. 시간도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에 걸쳐서 한다는 말을 듣고 얼른 예약을 하려한 순간 놀라고 말았습니다. VIP석이 무려 44만원이더군요. R석과 일반석으로 가도 20만원이 넘는 가격에 ''스러웠어요.

 

그 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3층에 있는 티켓이 5만원 대였으나 거기서 보면 감흥이 떨어질 듯 하여 포기할까 싶었습니다. 조금 더 고민해보니 지금 아니면 이 분의 공연을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싶었어요. 나이가 벌써 68, 또 파바로티처럼 나중에 아쉬운 후회만 하지 않을까 싶어 3층 좌석을 예매했습니다.

 

사실 호세 카레라스에 푹 빠져 있는 건 아닙니다. 더 좋아하는 건 파바로티나 도밍고의 성량과 음색이죠. 아무래도 전 테너라 해도 바리톤과 같은 묵직함을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악가 중 한 사람의 공연을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노래하는 호세 카레라스 특유의 제스츄어]

 

 

내가 부를 곡, 호세 카레라스에게 레슨받다

 

결과를 보자면 100% 이상 그리고 기대 이상의 공연이었어요. 당일 그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어요. 감기에 걸려 몸이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 미안한 마음을 대신 전해 달라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할 테니 마음껏 즐겨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어요.

 

티켓 예매자들 모두에게 나누어주는 프로그램북을 펼쳐 먼저 넘버들을 살폈습니다. 제가 아는 곡들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했어요. 역시나 썩 많지 않았습니다만, 눈에 띄는 곡이 있었습니다. <L'ultima canzone>, 이번 주에 있을 연주회에서 제가 부를 노래였죠. 호세 카레라스가 가장 먼저 부르는 곡이었습니다. '와우~'

 

게다가 마지막에는 가장 친근하게 느끼는 <Core 'ngrato>가 있었고, 1부의 마지막 곡은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The Impossible dream>이었죠. 시작하기 직전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습니다. 과연 이 곡들을 그는 어떻게 부를지 호기심과 기대가 급상승했어요.

 

 

[호세 카레라스가 부르는 <L'ultima canzone>]

 

 

 

두근두근, 드디어 공연 시작

 

이 공연을 위해 창단된 '서울 페스티벌 심포니 오케스트라' <La Boda de Luis Alonso. Intermezzo>로 시작됐습니다. 스페인풍의 흥겨운 음악 속에 지난 '신한은행 초청 콘서트'에서도 느낀 트라이앵글의 청량한 소리가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그 속에 캐스터 넷츠의 리듬이 플라멩코 댄서의 사빠떼아또(스텝)처럼 들렸습니다.

 

곧 감기로 인해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신호를 보이며 호세 카레라스가 무대에 등장했어요. 아랑곳하지 않는 팬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L'ultima canzone>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넋이 나간 듯 노래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란..... 아는 곡이기에 더했던 듯싶어요. 유튜브에서만 들었던 그 음색, Live로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웠습니다.

 

한 곡을 더 부르고는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인 소프라노 '캐슬린 김'의 공연이 시작됐어요.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나오는 <Una voce poco fa>였는데 처음 듣는 곡이었습니다. 클래식 곡들은 처음 듣게 될 때 거리감이 느껴졌는데 이 곡은 빨려 들어가더군요. 노래를 부르는 소프라노가 워낙 흥에 취해 부르니 관객인 저 역시 신명 났습니다.

 

 

[끼 넘치는 소프라노, 캐슬린 김]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매력, 이제야 발견하다

 

같이 갔던 분은 이 분이 ''같다는 말씀을 하더군요. 저 역시 다른 클래식 공연의 어떤 소프라노 보다 더 많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고음만 잘 올라가는 줄 알았는데 그 청명하고도 여성 특유의 쭉 뻗어 나오는 힘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뮤지컬 배우들의 노래와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성과(?)는 바리톤의 재발견에 있었어요. 테너보다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묵직한 파워를 제대로 받았습니다. 헨델의 마지막 오페라 Xerxes(크세르세스)에 나오는 <Ombra mai fu> '리 아오'가 불렀어요. 중국인 가수라는 사실이 주는 거리감을 단번에 날렸습니다.

 

바리톤의 매력, 중후한 힘과 파워에 눈 뜨게 된 순간이죠. 이전에는 가끔씩 합창할 때 바리톤을 하라고 하면 왠지 기분이 상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 바보스러운 심경이란 걸 알게 됐죠. 각 파트의 매력을 제대로 낼 때는 테너이던 바리톤이던 그건 상관이 없는 거 같습니다. 리 아오를 통해 울림을 주는 건 고음과 저음에서 오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죠.

 

 

[캐슬린 김이 부르는 <Una voce poco fa>]

 

 

The Impossible Dream, 호세 카레라스

 

다시 호세와 캐슬린 킴이 번갈아 무대에 오르고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있은 후 손이 절로 모아지는 <The Impossible Dream>이 펼쳐졌습니다. 호세가 마치 돈키호테처럼 느껴지더군요. 백발의 호세와 겹쳐지는 이미지 속에 그의 열정이 담긴 목소리와 가사가 던지는 느낌에 뭉클한 순간이었습니다. 뮤지컬과 또 다른 감동이 있었죠.

 

인터미션 후 2부가 시작됐습니다. 호세가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나쁘다고 했던 건 관객의 기대를 낮추기 위한 떡밥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그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그의 태도는 인상 깊었습니다. 다음 날 공연이 취소될 정도의 컨디션일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대극장까지 가서 공연을 보지 못한 분에게는 미안하지만 토요일 예매한 게 다행스러웠습니다.

 

우려했던 3층이라는 객석 역시 View는 마치 산에서 내려다 보는 느낌이었지만, 마이크를 사용하는 공연을 보기에는 큰 무리가 없었어요. 음향 시설이 그만큼 뛰어났습니다. 대신 뮤지컬과 같은 노래 뿐 아니라 배우의 연기, 무대 디자인 등을 같이 보기에는 부족하죠. 연주회 등에서는 종종 이용해야겠습니다.

 

 

 

[호세 카레라스가 부르는 <The Impossible Dream>]

 

 

노래, 속으로 모든 걸 던지다

 

아쉬웠던 점은 <Core 'ngrato>를 듣지 못했어요. 프로그램의 오류인지 그의 컨디션 때문에 다른 앵콜곡으로 바뀐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내심 가장 큰 기대였는데, 유튜브로 만족해야 할 듯 하네요. 다른 클래식 공연보다는 젊은 분들이 꽤 많이 보였습니다. 음악이나 성악을 전공하는 분들인 듯 했어요.

 

공연의 마지막으로 달리면서 관객들의 아쉬움도 끝 모르게 뿜어 나오는 듯 했습니다. 호세와 캐슬림 김의 듀엣 공연부터 호세의 마지막 곡 그리고 앵콜 두 곡까지 관객들의 박수와 함성은 끝없이 이어 나왔어요. 감기에도 불구하고 앵콜을 두 곡이나 불러준 그의 성의가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무대 조명이 꺼지고 나오는 순간 마치 감동스러운 뮤지컬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기대가 충족된 순간 만족에 의해 풀리는 긴장감이 없어지는 느낌이랄까요? 그의 공연을 또 볼 수 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플라시도 도밍고의 공연도 봤으면 싶었는데 못내 아쉬움 하나를 가지고 살 듯 하네요.

by 왕마담 2014.11.26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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