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큰둥, 첫 인상

 

5년 만에 컴백한 서태지의 <크리스말로윈> 공연을 봤습니다. 콘서트는 작년 <임재범의 걷다보면> 이후 처음이니 뮤지컬이나 다른 공연에 비해 인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도 관심을 가져야겠습니다. 티켓 예매할 때부터 스케일에 놀랐어요.

 

몇 백 명씩의 무대만을 보다가 천 단위가 넘어 만 단위를 오가는 잠실 주경기장, 과연 어떤 모습의 공연일까 궁금했습니다. 첫인상은 공연장이 너무 커서 썰렁해 보였어요. 게다가 지정석은 너무 멀고 좌석은 불편했습니다. 처음 든 생각은 이 공연 과연 12만원의 값어치를 해줄까 의문스러웠어요.

 

할로윈을 연상케 하는 무대는 잘 만들어 보였지만 그것뿐이었습니다. 시작은 1시간이 늦어졌어요. 갈라쇼까지 찾아가 봤던 <댄싱9 블루아이>팀의 축하 공연은 콘서트와 동떨어져 보여 흥미유발 이외에 의미 없었습니다. 마음은 이미 '~ 돈 버렸구나' 싶었어요.

 

 

[아이유와 서태지가 함께 부르는 <소격동>, 출처:서태지 컴퍼니]

 

 

최고, 완벽 연출

 

예고나 사과도 없이 지루하게 기다렸던 한 시간이 흘러 첫 시작, 서태지가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모아이>로 시작했습니다. 이 노래 사실 많이 들어보지 않아 다른 분의 리뷰를 보고 '~ 그 노래가 모아이구나'라고 알았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이기는 하지만 왕빠는 아닌 듯 합니다.

 

곧 이어 아이유의 <소격동>이 흘러 나왔어요. '설마 왔나?' 싶었습니다.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으로 보이는 건 동영상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곧 서태지의 <소격동>도 나오면 동일한 배경을 보였습니다. 그제서야 무대를 자세히 관찰하니 아이유가... 떠억 하니... 그제서야 스탠딩석이 부럽기 시작했어요.

 

<크리스말로윈>이 나오자 마자 설치된 무대 연출에 감격 받았습니다. <모아이> <소격동>은 너무 빨리 흘러가 몰랐어요. 이번 공연 무대는 말 그대로 이 곡을 위한 듯처럼 보였습니다.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은 창문이 되고 백스크린의 화면은 화려했어요. 조명은 서태지의 동화로운 마음을 보여주는 듯 형형색색과 자유로운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서태지의 크리스말로윈, Band Version]

 

 

뮤지컬과 공연을 여럿 보기는 했지만 무대 연출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어요. 음반 컨셉과 딱 들어 맞았습니다. 뜬금없지만 그림과 디자인에 소질 있는 다른 친구들이 생각났습니다. 이런 무대, 그들이 보면 분명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듯 했어요.

 

먼 지정석임에도 발 밑이 울릴 정도로 확실한 사운드에 흥이 절로 날 정도였습니다. 들어보니 이번 공연의 음향 시설 투자에만 17억이 쏟아졌다고 하네요. 스피커만 130대! 이중 36대는 그라운드 서브 우퍼라고 합니다. 메인 스피커를 디자인했던 엔지니어를 직접 초빙했다고 합니다.

 

 

[사진으로 남길 수밖에 없었던 크리스말로윈 콘서트 무대의 다채로운 형형색색]

 

 

자연스런 떼창, 반가운 옛 노래들

 

쉼 없이 3~4곡을 열창하고 난 후 그의 짧은 멘트가 이어졌습니다. 생각보다 이번 공연은 많이 긴장된 듯 보였어요. 매진되지 않았어도 2 5천여 명의 팬들을 보면서 가슴이 벅찼는지 말 하다가 잠시 멈춰 감정을 되잡기 위해 애쓰기도 했습니다.

 

곧 늦어서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의미로 불러준 <서태지와 아이들> 1 <내 모든 것>에서 그 옛날에 들었던 감흥이 되살아 났어요. 지정석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일어나 방방 뛰며 떼창에 들어갔습니다. 분위기를 이어 <시대유감>, <너에게>, <인터넷전쟁>, <널 지우려 해> 등으로 팬들의 화답에 보답하더군요.

 

스윙스와 바스코가 함께 나와 <컴백홈> <교실이데아>를 같이 부르고, 대망의 마지막 엔딩은 <하여가>로 장식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던 곡 중 하나인 <Take 5>로 앵콜곡을 부르고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콘서트는 깔끔하게 마무리됐지요.

 

 

[추억값이 포함된 티켓, 서태지와 아이들의 <내 모든 것>]

 

 

아직은 낯선 신곡들

 

콘서트에서 나온 신규 앨범 곡들 전부를 부르지는 않았습니다. <소격동>, <크리스말로윈>, <숲 속의 파이터>, <Prison Break>, <90s Icon> 이었으니, 9곡 중 5곡을 불렀어요. 전작들에 비해 멜로디가 더 세련되게 느껴졌습니다. 요즘 음악을 취미로 대하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이전과 다른 관심을 불러 일으켰어요.

 

이런 리듬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참..... 놀랍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보컬 역시 이전과 달리 과하지 않도록 만들어 음악적 요소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솔로로 나온 후 보여준 메탈과 락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과 같이 Back Ground로 돌린 듯 합니다.

 

이번 앨범은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해요. 음악에서 보여주는 몽환적이면서도 세련된 멜로디 자체에서 동화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가사는 현실적이죠. 크리스마스와 할로윈의 컨셉을 사회와 매칭시켜 보여준 모습과 개인적으로 받은 영감을 동화적 풍광의 음악으로 보여주는 모습에 거장스러운 모습이 보였습니다.

 

 

[서태지 9집에 포함된 <Prison Break>, 개인적으로 <크리스말로윈>만큼 좋음]

 

 

일체감이 부족했던 지정석, 비싸

 

그의 명성을 생각하여 잡았을 '잠실 주경기장'은 커도 커도 너무 커 보였습니다. 음향 시설의 효과가 멀리 떨어진 지정석에도 음악으로 샤워하도록 해주긴 했어도 아쉬웠어요. 너무 크니 무대의 서태지와 스탠딩 석에 있는 관객을 구경하는 듯 보였습니다. 떼창할 때는 몰랐지만.

 

좀 더 작은 공연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모두가 팬으로서의 일체감에서 오는 충족함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으나 무대 위의 실제 모습 보다 설치된 스크린으로 서태지를 본 게 더 많으니 아쉽기 했습니다. 가격도 이 정도면 12만원이 아닌 10만원 언더가 합당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앵콜곡, <Take 5>와 함께 축복 팡팡팡~]

 

 

역시, 서태지

 

서태지는 음악적 능력도 탁월하지만 마케팅과 연출에 대해서도 그 못지 않은 듯 보입니다. 이번 공연 아이유와 서태지의 듀엣 부분은 그 능력을 잘 보여주죠. 공연 전 아이유의 <소격동>을 먼저 선 보이고 곧 서태지 본인이 부른 모습을 오픈 했습니다.

 

공연에서 둘이 같이 부를 때 서로의 음이 화음을 이루는 모습에 놀랐어요. 음악, 마케팅 그리고 연출까지 모두 녹아 든 모습이었습니다. 무대 연출과 음향의 완벽을 지향하는 모습 속에서 그가 절대 양보하지 않을 기질 하나를 엿보게 되네요. 아마 공연이 늦어진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몇 마디의 멘트 외에 별다른 쉼 없이 15곡을 내리 부르는 공연이었어요. 1시간 30분 만에 끝났습니다. 내심 이렇게 짧은 공연에 아쉽기는 했으나 질 높아 만족감이 컸어요. 지루하게 길기만 하기 보다는 나아 보였습니다. '앞으로 많은 공연에서 보자'는 약속, 앞으로 그의 모습에 대한 기대를 더 크게 만든 공연이었어요.

 

 

[멀어도 너무 먼, 지정석~ 흑 다음엔 스탠딩으로...]

by 왕마담 2014.10.2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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