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치니의 절치부심이 엿보인 국립오페라단의 토스카를 관람했습니다.

 

지난 6월 국립오페라단의 갈라 콘서트를 관람한 이후 푹 빠진 <토스카> '별은 빛나건만' 아리아, 이 곡을 레슨곡으로 했지만 어찌나 슬펐던지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푹 빠진 아리아를 갖고 있는 오페라는 꼭 보고 싶었지요.

 

푸치니의 <라보엠>, <마담 버터플라이>와 함께 3대 오페라로 꼽히는 작품이니 믿고 본 이유도 큽니다. 앞의 두 작품은 모두 MetOpera 실황 Live로 봤지만 실제로 관람하는 건 <토스카>가 처음이네요. 무척 기대를 했던 지라 공연 일에는 겸사 다른 볼 일도 볼 겸 휴가마저 사용했습니다.

 

서곡 없이 극으로 바로 들어가요. 이 작품은 푸치니가 앞선 흥행 작품 <마농레스코(1893)>, <라보엠(1896)> 이후에 나온 작품입니다. <마농레스코>는 보지 못했으니 PASS,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라보엠>도 서곡이 없더라구요. 승승장구한 푸치니는 당시 고민이 컸다고 합니다.

 

 

 

[주요 출연진]

 

 

 

 

비평가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거든요. <마농레스코>를 비롯하여 초기작품인 <빌리> <에드가>에서부터 줄거리를 비롯하여 달콤한 음악까지 비슷하게 반복되었습니다. '자기표절'이라는 신랄한 망치를 맞고 있던 그는 차기작인 <토스카>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되지요.

 

이 작품은 푸치니 고향인 이탈리아에서 오랜 이별기간 없이 24시간 안에 모든 사건이 일어나고 마무리됩니다. <라보엠>에서는 주인공 로돌포와 미미가 만난 지 2달의 시간이 흘러 헤어지고, 또 다시 얼마의 시간이 지난 지 암시되지도 않은 채 이별했던 여인의 품에 안겨 죽음을 맞이하죠.

 

<토스카>의 주인공들은 병으로 죽는 게 아니라 살인과 처형, 자살로 이어지는 잔혹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전작에 쓰인 스토리와 다른 구성이죠. <라보엠>에서는 미미가 병에 걸려 죽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죠.

 

 

 

[테너 김재형씨가 부르는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

 

 

 

 

이 곡들은 오페라를 보기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음악 역시 다른 작품에 비해 강렬하고 불협화음이나 뜬금없는 도약과 하행, 비명소리 같은 현의 음율 등이 많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주요 아리아인 <노래에 살고 사랑에 죽고>, <별은 빛나건만>, <오묘한 조화> 등에서는 사람의 감정을 뒤흔드는 서정성 높은 음악이 폭발하며 감명 속으로 이끌죠.

 

오페라 주요 아리아를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명곡들이지요. 그냥 들을 때도 좋지만 극 안에서 이 곡들은 살아나 다가옵니다. 관람 전 <토스카>의 주요 음원들을 구입해서 미리 들었을 때는 낯설었던 곡들 역시 관람 후에는 친숙하게 다가오죠. 음원이나 영상이 줄 수 없는 감명이 살아 있는 무대를 관람한 덕분입니다.

 

중세 성곽을 본뜬 듯한 셋팅은 주요 무대인 성과 성당, 궁궐에 있는 느낌을 효과적으로 전달했어요. 1막 성당의 내부를 표시할 때는 커텐과 같은 천 위에 영상을 함께 보여주어 볼거리가 풍부했습니다. 서곡 없이 강렬한 화음으로 시작하지만 성당지기가 흥겨운 노래로 분위기를 바꾸죠. 그 선율을 화가 카바라도시가 받아 아름다운 대선율의 <오묘한 세상>으로 연결됩니다.

 

 

 

[1막의 라스트신 '테데움']

 

 

 

 

카바라도시 역으로 테너 김재형씨가 출연했는데, 화가 역으로도 참 잘 어울렸으며 고음이 아름다우면서도 힘이 받쳐주는 소리가 듣기 좋았어요. 1막을 보고 있는 와중에도 그가 부를 <별은 빛나건만>이 기대되었습니다. 토스카의 등장에 '질투많은' 그녀를 암시하는 대사는 그 성격이 가져올 파국을 미리 짐작케했죠.

 

비밀경찰 스카르피아는 프랑스 혁명기의 보수세력을 대표합니다. 그 반대편에 서있는 안젤로티를 숨겨주는 카바라도시는 그의 적일뿐이죠. 토스카의 질투를 이용해 그들을 엮어 잡으려는 그는 돈과 여성도 밝히는 인물로 바리톤 클라우디오 스구라가 연기했습니다. 큰 키에 마치 '레 미제라블'의 자베르를 연상케 했어요. 때때로 오케스트라에 묻히는 성량이 아쉬웠지만,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토스카와 카바라도시가 모두 퇴장하고 스카르피디아는 정복할 대상인 토스카를 이용해 카바라도시와 안젤로티를 어떻게 잡아들일지 그리고 그녀에게 느끼는 욕망을 노래합니다. 이때 커튼이 걷어지며 중앙 성벽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듯 카메라와 조명을 든 촬영팀이 '테 데움'을 연출하는 연기를 보여주네요.

 

성가가 울려 퍼지며 십자가를 짊어멘 예수와 합창단 그리고 토스카를 품 안에 넣을 욕정에 젖은 스카르피아의 대비는 의미롭게 다가왔습니다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라스트 신과 비슷한 장면이었어요각 등장인물의 동기와 갈등을 보여주는 1막은 웅장하게 막이 내려갑니다.

 

 

 

[Te Deum(테데움), 3대 바리톤 중 한명이라는 Bryn Terfel(브린터펠)과 Royal Opera]

 

 

 

 

 

잔혹하지만, 감명스러운 오페라였습니다.

 

본격적인 잔혹 오페라는 2막부터 시작되죠. 토스카의 질투덕분에 잡혀온 카바라도시와 스카르피아의 대립은 고문으로 이어집니다. 화가는 점점 혁명가로 변하죠. 나폴레옹군의 승리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마치 자신이 승리한 듯 울부짖듯 부르는 아리아에서 쾌감을 자아냈어요. 그의 모습에 화난 스카르피아는 결국 사형을 구형하며 본격적으로 토스카 구워 삶기에 나섭니다.

 

제목만 들으면 무척이나 아름다울 듯한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죽고>는 이때 불리워지는 토스카의 대표 아리아지요. 그 동안 누구에게 잘못한 적도 없는 본인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는 지에 대한 울부짖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소프라노 사이요아 에르난데스의 굵은 듯한 소리의 호소력은 섬세함보다는 묵직하게 다가왔어요. 마침내 그녀의 노래가 끝났을 때 잠시 정적이 흘렀는데 소리만큼 감정을 울렸습니다.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브라바'의 외침이 그녀의 호소력을 대변해주었어요.

 

이런 곡의 특징은 관람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 점이 바로 호소력이겠죠. 각자의 현실에 담긴 일상은 모두 다르겠지만, 느끼는 감정은 비슷할테니. 토스카는 스카르피아에게 카바라도시를 살려주면 자신을 내어준다는 약속으로 그를 살리고 곧 칼로 스카르피아를 찔러 버립니다. 질투가 많다는 건 그 만큼의 사랑에도 비례할 듯 해요.

 

 

 

[무대 연출과 커튼에 비치는 영상, 출처: 국립오페라단]

 

 

 

 

 

예상과 다르게 경쾌한 목동의 노래로 시작하는 3, 태풍의 눈처럼 여겨졌습니다. 서곡같은 긴 연주와 영상이 인상 깊었어요. 곧 죽을 것을 알고 있는 카바라도시는 간수에게 부탁하여 토스카에게 편지를 쓰는데 바로 그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입니다. 죽음을 앞둔 그에게 쌓여있던 토스카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그리는 곡으로 테너 김재형씨의 해석에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고음의 울림에 전혀 어색하지 않고 딸리지 않는 모습에 '진정 성악가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년에 봤던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여자의 마음'에 살짝 실망해서, 실제 라이브에서 듣던 만큼 나오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 이상이었어요. 특히 최고음의 감정처럼 흐느끼는 바이브레이션은 일품이었습니다.

 

3막은 전반적으로 정리되는 장이어선지 간결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스카르피아는 역시나 비열하게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공포탄이 아닌 실탄을 사용했죠. 그의 죽음을 아직 모른채 좀 더 연기하라고 애원하는 토스카의 독백은 슬펐습니다. 사형을 집행한 스폴렛타 역의 민경환씨 연기에서 토스카를 속이고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퇴장하는 모습은 눈에 깊이 박혔어요.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카바라도시의 죽음을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인정하는 장면입니다. 억지스런 감정을 호소하지는 않는 다해도 잠시의 정적을 사용했으면 어떨까 싶었어요. 질투심만큼 복수심에 불타는 토스카, 죽어서라도 스카르피아에게 보답하겠다는 자살장면은 인상 깊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보자며 성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마치 진짜 같았어요.

 

실제처럼 감정적 극단을 많이 이끄는 작품이라 실제 사고도 많았다고 합니다. 총을 사용했는데 연기자가 진짜로 맞은 적도 있었다고 하네요. 또한, 성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잘못 떨어져 골절을 입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치 자신이 그 인물이 된 듯 연기자들에게도 열정을 이끌어내는 <토스카>였습니다.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부르는 Vissi d'arte(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관람정보>

1. 관람일: 2016 10 14()

2. 출연진

 1) 토스카: Sop. 사이요아 에르난데스

 2) 카바라도시: Ten. 김재형

 3) 스카르피아: Bar. 클라우디오 스구라

by 왕마담 2016.12.12 13:18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