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심리적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자기 내면세계에 틀어박히는 정신 분열증", 네이버 국어사전에 검색해 본 자폐증의 정의이다. 자폐증을 다룬 영화는 많이 있을 것인데 내가 봤던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레인맨>이었다. 또한 그 영화를 통해 <자폐증>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용어 사전을 봐보니 일반 사람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는 모두 <자폐>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단지, 그 정도에 따라 사회적인 일상 생활과 관계 맺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가 병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것같다. 이 영화는 <자폐증>을 지닌 한 여성이 석사에 이어 박사 학위까지 통과하며 대학교수로 활동하는 실화를 다루었다. 또한 실제 그녀가 설계한 '소 도살장'은 인도적 시스템으로 북미에서 절반 이상이 그녀의 설계를 따르고 있다.

 

받아 들이는 상황을 시각적으로 이해한 템플 그랜딘은 낯선 상황을 만날 때 마다 하나의 문을 떠올린다. , 자신이 또 다른 세상과 만나는 하나의 기회로 인지한 것이다. 그것을 아주 잘 나타내는 연출이 있는데 바로 마트의 자동문이다. 늘 템플 그랜딘은 자동문을 만날 때마다 <단두대>를 떠올리며 무서워한다. 대학교에서 처음 봤던 자동문 앞에서는 안그래도 많은 사람들을 속에서 급식을 타느라 혼란에 빠져 있었던 그녀이기에 더했다.

 

외부적인 요인에 쉽게 자극받는 것은 <자폐증>을 앓는 사람들의 공통된 현상이다.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안정감을 찾던 그녀 역시 어떻게 용기를 내어 세상 속에 뛰어들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큰 포인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입학하기 전에 들린 어머니의 언니집. 거기에서 처음 소들을 만난다. 하지만 특히 그녀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소를 안정시키는 특이한 장치였다. 처음 혼란 속에 빠진 그녀가 정신없이 찾아 간 곳 역시 그 장치였다. 그 속에서 어머님의 포옹을 받듯 안정감을 찾는 모습은 특이했다. 다른 사람은 물론이고 어머니와의 스킨십 자체를 싫어했던 그녀가 그 장치 속에서는 따뜻한 애정이 깃든 안정감을 느낀다는 점이 독특했던 것이다. <템플 그랜딘>은 대학교 기숙사에서도 그 장치를 직접 만드는 실력까지 보여준다.

 

 

[템플 그랜딘 역을 맡은 '클레어 데인즈'의 옛 모습(로미오와 줄리엣 중)]

 

 

세상 속으로 나갈 때마다 낯선 상황을 만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대학생까지는 그럴 때마다 '장치'의 도움을 받지만 어느날 문득 낯선 상황 자체가 하나의 문으로 그녀에게 시각화되어 떠오른다. ,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문이 바로 그 상황 자체인 것이다. 소 사육장은 미국 카우보이들의 독특한 세계이다. 여자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듯 했다. 늘 퇴짜맞는 그녀는 그곳에 들어가는 상황 자체가 하나의 문으로 인식된다. 카우보이들의 놀림과 추행 속에서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결국 모두가 놀라워하는 논문까지 써낸다. 그 논문이 전에 얘기했던 도살의 인도적 설계이다. 좀 아이러니해도 죽음의 순간, 세심한 관찰로 소들이 편안해 하는 방법이 어떤지를 설계에 녹여낸 것이다.

 

<자폐아>를 연기한 <클레어 데인즈>는 요즘 푹 빠져있었던 <홈랜드>의 여주인공이다. <홈랜드>에서도 <조울증>을 앓는 미 CIA 대테러 요원 역을 맡고 있다. 그녀의 미친 연기에 푹 빠져 있어 얼마전에는 그녀를 검색해봤더니 디카프리오와 함께 출연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여주인공이었다. 그렇게 어여쁜 역할만 할 줄 알았던 그녀였기에 놀라운 연기에 감탄이 들 즈음에 <템플 그랜딘>을 만난 것이다. <자폐아>연기를 통해 미드 <홈랜드>의 너무나 리얼한 <조울증>연기에 맥락을 이해하게 됐다. 그녀의 연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이 영화를 통해서는 또 한 명의 친숙한 얼굴을 만나게 된다. <>시리즈의 냉혹한 지시도 마다하지 않는 CIA 국장 역의 <데이빗 스트라탄>이다. <템플 그랜딘>의 놀라운 능력을 직접 발견하고 또한 성장을 이루도록 돕는 그의 자애로운 선생님 역 역시 이 영화가 주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실제 템플 그랜딘]

 

"전 완치된 게 아닙니다. 평생 자폐아겠죠. 저의 엄마는 제가 말을 못할 거라는 진단을 믿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제가 말을 하게 되자 학교에 입학시켰어요….(중략) 제가 뭔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최선을 다했어요. 그분들은 아셨습니다. 제가 다를 뿐이라는 것을! 모자란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게다가 저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까지도 자세히 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엄마는 나를 혼자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셨어요.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그것들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관문이 되었어요. 문이 열렸고, 제가 걸어나왔습니다. 저는 템플 그랜딘입니다."

 

삶에 대한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템플 그랜딘>, 이 영화의 Last Scene에 나오는 명대사다. 이 대사를 하고 단상으로 나아가면서 그 동안 자신에게 새로운 문을 이끌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떠올린다. 자신만의 또 다른 하나의 문과 함께.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울컥하는 감동이 함께 전해진다.

 

 

                         

 

by 왕마담 2013.02.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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