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서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닫혔다. 공연 시작 시간에 약 1분 늦은 것이다. 아침에 늦은 출발을 반성했다. 결국, 한 시간 가깝게 연주되는 협주곡 한 곡이 끝날 때까지 TV로 감상해야 했다. 1곡의 협주곡과 교향곡으로 구성된 오늘 공연의 반을 날린 셈이다. 오늘은 그 유명한 운명 교향곡 연주가 있는 날이라 부랴부랴 프로그램을 살폈다. 다행히도 운명교향곡은 2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공연장 밖에 설치된 TV로 감상한 곡은 피아노 협주곡이다. 이 곡 역시 몇 번 그 이름을 들어봤기에 새삼 TV로 감상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3악장으로 구성됐다. 빈의 성벽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던 베토벤은 나폴레옹 군의 공격을 받아 그 일대가 큰 혼란에 빠졌어도 지하실에 피신하여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해설서에는 이 곡의 제목처럼 곡상이 장대하고 숭고하며 그 구성이 호탕함에 비추어 마치 왕의 품격이 있다고 하여 황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음악에 장대함’, ‘숭고함’, ‘호탕함이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사실 이때까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냥 그 만큼 씩씩하겠지 생각했다.

 

 

 

묻고 싶다. 베토벤에게. 당신은 어떤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그 이유는 그것이 교향곡 5번의 1악장 서두의 주제이기도 하고 이 교향곡 전체의 이름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곡은 베토벤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봉착했을 때 만들어졌다. 귓병의 절망이 자살을 부르려는 즈음 그는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운명’, ‘영웅과 같은 불멸의 명곡들을 작곡했다. 이 곡은 운명으로 유명하지만 ‘Victory’로 불려지기도 하는 듯 하다. 신이 내게 주신 소명을 다하기 전까지는 죽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한 베토벤의 운명, 그 자체를 Victory라 불러도 손색 없을 듯 하다.

 

이 교향곡은 총 4악장으로 구성됐고 1악장이 우리에게 가장 유명하다. 사실 내가 아는 운명교향곡 1악장 뿐이었다. 운명이 문을 두드리는 듯한 도입부는 사실 단순한 4개의 음으로 구성되었다. 김대진 지휘자는 각 파트 별 (세컨드 바이올린 -> 비올라 -> 퍼스트 바이올린)로 연주를 들려주고 다시 엮어서 들려 주었을 때의 그 감상은 사뭇 달랐다. 각 파트 별 연주가 단순한 음만을 들려준다면 함께 연주될 때는 각각의 파트 별 음이 모여 입체적이고 웅장한 강렬함을 만들어 내는 것을 직접 느낄 수 있어 신기했다.

 

2악장의 서정적인 느낌 속 연주에는 긴장감이 숨어 있었다. 그러한 형식을 소나타 형식이라 한다. 서정적인 표면 아래 긴장감이 흐르는 음을 숨겨둔 것이다. 두 가지 주제가 부딪힌다. 첫 번째 서정적인 주제가 주인공처럼 느껴졌다면 두 번째 주제인 긴장감은 숨은 갈등처럼 점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두 가지 주제를 함께 작곡하는 베토벤이 왜 위대한지를 느끼게 해준다.

 

운명교향곡의 백미는 이제와 느끼지만 3악장에서 4악장으로 넘어가는 부분이었다. 그 힘이 가득 찬 호탕함이란. 음악인으로 치명적이 분명했을 귓병에서 온 좌절과 공포, 고난과 두려움을 투쟁하여 극복하고 마침내 승리의 개가를 구가했던 거장의 희열이 맘껏 뿜어져 나오는 듯 느꼈다.

 

 

                        

                                                             [교향곡 5번 '운명'의 4악장]

 

 

음악당을 나와 이동하며 늘 귀에 꽂던 이어폰을 잠시 주머니 속에 넣어두었다. 그것은 귓가에 맴돌던 베토벤 승리의 음률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음악이 주는 감동은 물론 그 속에 숨겨진 거장의 숨결을 느낀 순간이었다. 다가올 운명이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이미 지나간 삶 속에서는 운명이라 이름 붙일 연속의 순간을 찾을 때가 많다. 앞으로 그려낼 나의 운명,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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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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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왕마담 2012.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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