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기대작 중 하나인 슈퍼맨 리부트의 첫 작품, <Man of Steel>이 개봉했다. 한 걸음에 가서 볼 만큼 기대하게 한 요소는 단연 크리스토퍼 놀란의 제작 참여다. 묵직한 메시지를 현실감 있는 블럭버스터로 잘 포장하여 연출하는 그의 능력이 슈퍼맨이라는 미국산 사골국을 어떻게 다시 끓여낼지 관심이 쏠렸다. 데이빗 S.고이어와 함께 각본에도 참여했다고 하니 스토리 역시 진부하지 않을 듯 했다. 영화 음악의 거장으로 불리는 한스 짐머가 함께 하니 그 이름들만으로도 이미 흥행은 약속된 듯 했다. 연출은 잭 스나이더.

 

잭 스나이더? 그의 영화는 <300> 한 편만을 보았었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이 유명하나 나는 <300>을 그리 재미 있게 보지 못했다. 영상이 주는 재미는 좋았는데 하이라이트로 가는데에 스토리의 흐름이 자주 끊긴 것으로 기억한다. 그 기억이 이 영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내 불안했던 요소 중 하나다. 역시 영화를 완성시키는 데 그 색을 칠하는 것은 감독일 테니 말이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크립톤 행성의 멸망, 칼엘의 성장과정과 방황하는 여행 그리고 그 와중에 사용하게 되는 초능력들은 현실적인 느낌과 함께 값싸 보이지 않았다. 초능력자들을 다룬 미드 <히어로즈> 절제와 현실감이 생각나게 했다. 현실감으로 긴장 불러 높이고 무분별한 능력의 사용을 절제하고 스피디하게 보여주는 모습은 클락을 정말로 신비스럽게 보이도록 해주었다.

 

[슈퍼맨이 처음 날아가는 장면은 압권]

 

게다가 스나이더의 연출 능력 덕분에 전반적으로 대서사시를 보는 듯 했다. 친절한 설명이 아닌 스토리의 흐름에 따른 Music Vedio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속에서 어린 클락이 초능력을 발휘하거나 의도치 않은 사고에서 능력을 사용하는 장면의 현실화를 이루는 것이 놀란의 입김이었을 듯 하다. 하지만, 극의 핵심인 같은 크립톤 행성의 조드 장군 일당과 싸우면서 커질 대로 커져버리는 스케일에서는 현실적 감각 자체를 망각하게 만들어버린다.

 

얼마 전 개봉한 <스타트렉: 다크니스> 역시 행성 한 두 개를 폭파시킬 듯한 스케일의 액션을 보여준다. 진짜 행성 혹은 도시 전체를 액션의 공간으로 만들지는 않고 그럴 수도 있을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리함이 있었다. 관객에게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는데 <Man of Steel>에서는 상상한 모습을 직접 보여준다. 그런데 3D나 아이맥스의 효과가 미비하다. CG라는 느낌을 물씬 풍기는 경우들도 많다. <아바타>는 이미 CG로 만들어졌음을 당당하게 나타내며 3D 효과로서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해주게 만들었는데 <Man of Steel>의 경우 어중간함으로 빠져버린 듯 하여 아쉽다.

 

그렇지만 클락이 하늘을 처음으로 날아 오를 때의 짜릿함, 그저 하늘에 떠 있는 모습 그 자체는 감탄이 나올 정도의 찬사가 나온다. 그 디테일의 힘을 극 전반에 살리면서 스토리에 치중하다가 하이라이트로 갔을 때 그 큰 스케일의 전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그렇게 하려면 시나리오의 전반적인 수정이 같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서사적인 흐름의 이 영화에서는 한스 짐머의 영화 음악이 크게 부각돼버릴 수도 있었는데 그 한계점을 적절하게 잘 찾아냈었던 듯 싶다. 역시 거장이라는 이름이 붙는 모습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세워 놓은 듯 싶었다.

 

 

[역시 슈퍼맨의 간지는 망토에서 나오는 듯, 하늘에 가만히 떠 있으면서 망토만 펄럭일 때의 그 포스는...]

 

제작에 놀란이 포함되어 있어서인지 그의 대표작 <다크나이트> 시리즈와 비교가 많이 됐다. 나의 기대도 거기서부터 시작했으니까. 사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인간인 배트맨과 외계인으로서 사람의 능력 이상을 소유한 슈퍼맨의 근본적인 차이가 연출의 방향도 바꿀 수 밖에 없는 듯 보였다. 웨인은 복수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체성을 찾는 여행 속에서 허약함을 극복하는 그 과정 자체가 영웅으로 그려질 수 있다. 그러나 클락/조엘은 이미 능력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왜 자신이 사람들을 수호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었으면 했었다. (지구)부모님의 지혜롭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정의롭게 커나가는 모습 그 이상을 원했는데 조드 일당과의 싸움 속에서 너무 두리뭉실하게 넘어가 버린 점이 가장 아쉬웠다.

 

S의 상징과 같이 후속편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다크나이트>의 라이벌 악당인 조커가 있듯 슈퍼맨에게는 렉스 루터가 있기 때문이다. 이 한 편으로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다. 시작으로서 <Man of Steel>은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확실히 불어 넣어주었기 때문이다. 초인들 간의 스펙타클 전투 속에서도 비현실 속의 현실적인 느낌이 들 수 있었다는 점과 능력의 사용에 대해서도 동경하면서 상상하고 또한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기존 시리즈와 차별되어 안경만 쓰면 다른 사람이 몰라보고 키스하면 기억을 상실하는 있을 수 없을 듯한 설정은 아예 없어진 차별성이 기대감을 품도록 만든다.

 

 

[아름다운 다이안 레인의 어머니 역, 부모와 늙음에 대한 생각까지 하게 해주어 인상 깊었다]

 

by 왕마담 2013.06.25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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