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비긴즈 중의 한 장면]

 

배트맨은 어느 허름한 아파트를 조사하는 와중 닥터 크레인 일당과 마주친다. 환각증세를 유발시켜 팔코니의 마피아 조직원들을 정신병으로 입원시켜 기소를 교묘히 빠져 나가게 돕던 이들이다. 압도적인 힘에 일방적으로 보인 싸움이었으나 크레인이 은밀하게 기회를 보아 쏜 약에 배트맨이 중독되어 트라우마에 대한 환각을 일으키며 불에 태워진 상태로 도망가기에 이른다. 간신히 알프레드를 호출하고 가까스로 집으로 돌아오지만 혼수상태로 몇 일을 앓아 눕는다. 하지만, 그것이 계기가 되어 폭스의 도움으로 정체를 알 수 없던 공포심을 유발시키는 환각제에 대한 해독제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러 왔던 레이첼은 팔코니를 정신병원으로 이송한 것을 의심하여 현장에 가지만 뭔가 잘못된 것을 눈치채고 도망치다 배트맨과 똑같이 중독되어버린다.

 

 

그 사실을 알아챈 배트맨은 현장에 나타나 특유의 신출귀몰한 전술과 무술 그리고 지원 병력인 박쥐의 도움으로 레이첼과 함께 경찰의 포위망을 탈출해 해독제가 있는 아지트로 향한다. 그렇지만 배트카(텀블러)에 레이첼을 태우고 돌아가는 길은 위태롭다. 평소 사용하던 환각제를 더욱 농축시켜 만든 것에 감염되었기 때문에 레이첼은 위독해 보이고 경찰의 끈질긴 추격 때문에 각종 특수 장치를 탑재하여 육중하지만 재빠른 텀블러는 느려 보였다. 약에 취하듯 나 역시 배트맨의 절박한 심정에 감염된 듯 느껴진다. 배트맨이기 전 레이첼을 사랑하는 웨인으로서 가면으로도 숨겨지지 않는 절실함이 눈동자를 통해 클로즈업 될 때 이 곡 역시 마음을 대변하 듯 내게 다가왔다.

 

 

[한스 짐머(좌)와 제임스 뉴튼 하워드(우)]

 

비긴즈의 OST 12곡인데 제목들이 독특하게 박쥐의 또 다른 이름들로 만들어졌다영화음악의 두 거장(왜 거장인지는 설명치 않음!)인 한스 짐머와 제임스 뉴튼 하워드가 함께 만들었으며 이 Molossus는 비긴즈 외에 다크 나이트 시리즈 속에서 분위기에 맞추어 변주되어 만들어진다. 특히,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 오랜 기다림 속에 배트맨의 등장에 이 곡 특유의 전주 부분이 나올 때면 긴장 속의 왠지 모를 쾌감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늘 크리스토퍼 놀란이 연출한 배트맨을 생각하면 이 음악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여러 북소리와 전자 악기의 타악기를 지속적으로 두들기는 음이 긴장감을 한 껏 응축시켜 놓을 때 비장함을 대표하는 선율이 터지 듯 흘러 나온다.(대체적으로 이때(다크 나이트 시리즈 내내) 배트맨이 등장하거나 기대하는 제 역할로서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초인이 아닌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약함을 극복하려는 노력 그리고 각종 무기에 기대는 액션은 어찌보면 외롭다. 또한 혼자 만의 임무를 수행하는 감추어진 모습은 어둡기 그지없다. 어쩌면 일반적인 오케스트라 구성보다 더 많은 첼로를 사용하여 얻은 효과는 이 외로움과 어두움을 서사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배트맨과 웨인의 서로 다른 정체성 속에서 고담시와 선량한 시민을 지키려는 숭고한 사명과 같이 칠흓같은 어둠을 밝히는 단 한 줄기의 빛과 같은 웅장함을 토해내는 곡, 바로 <Molossus>.

 

 

   

                       

[Molossus(No.10) in BATMAN Begins OST]

by 왕마담 2014.01.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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