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다수의 스포가 포함된 리뷰입니다.

저도 감상 전 스포를 증오하는 바, 아직 보지 못하신 분 중

스포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읽지 않는 게 마음 건강에 좋을 것입니다.

 

 

 

 

묵직한 영화 해무를 봤습니다. 제목과 같이 앞을 가늠할 수 없었던 이야기 진행에 무엇보다 박수를 쳤습니다. 전진호에 밀항자들을 태운 후 극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지 보는 내내 궁금했습니다. 보지 않아도 짐작되는 영화에 흥미를 자주 잃어 버리는 제게는 매력적이었죠.

 

해무, 바다 안개라는 뜻입니다. 극장 가던 길에 올레길 가려 했던 작년, 제주공항의 해무로 인해 비행기가 뜨지 못했던 김해공항에서 아쉽게 발을 돌렸던 기억이 났어요. 실제 겪어 봤던 적은 없지만 영화상에는 정말 바로 앞에 있는 사람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의 안개가 배 위에서 발생했을 때의 엄습하는 답답함과 혼란스러움을 잘 표현했습니다.

 

전진호 선장 철주(김윤석씨)는 한때 잘 나갔지만 지금은 별볼일 없어진 낡아 감척 사업 대상이 된 배와 같은 신세죠. 선원들 또한 빚쟁이들 피해 숨어 사는 기관장 완호(문성근씨)를 비롯 뱃일을 갓 시작한 막내 동식(박유천씨)까지 만선이 요원하여 마치 해무 낀 삶에 맨 몸으로 뛰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서서히 침몰로 이끄는 '밀항자들' 역시 마찬가지죠.

 

 

 

 

 

기대를 갖게끔 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봉준호 감독이 기획과 제작에 참여했다는 사실입니다. 각본에도 연출했던 심성보 감독과 함께 했어요. 이들은 <살인의 추억> 각본을 함께 했던 콤비입니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자연스런 흐름이 돋보였어요.

 

김윤석씨를 비롯하여 주조연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 전진호 선원들과 홍매(한예리)씨의 캐릭터들은 살아 있습니다. 무거운 역할을 소화하는 김윤석씨는 자기 자신이 배라는 선장의 카리스마를 보여줘요. 선원들의 삶까지 걱정하는 깊은 속내의 모습이 못내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저와 비슷한 칼자국 눈매가 귀여운 한예리씨는 <코리아>에서 남북단일팀의 당찬 막내 역을 했었죠. 친오빠를 찾기 위한 홍매역을 맡은 그녀는 방향을 잃어버린 동식에게 등대 역할을 합니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선원들 사이에서 그 혼자 인간성을 유직하는 건 아마도 그녀 덕분이죠.

 

 

 

 

확실하게 눈길을 끌었던 이는 바로 성에 대한 욕망을 숨김없이 표현하던 창욱(이희준)입니다. TV로 보던 이희준씨의 깔끔한 남성에 대한 이미지를 날려버리죠. 욕구에 미쳐 동료를 죽이고도 선장에게 홍매는 죽이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던 반 미친 모습을 표현할 때는 연기에 감탄했습니다.

 

해무에 갇혀 있던 ''의 모습 외 바다 위를 표현한 연출은 자연스러웠어요. 고기들을 잡기 위한 온갖 도구들이 나중에는 무기가 되는 모습 그리고 언제든 선원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사실적인 묘사가 몰입을 유도했습니다. 전쟁터 같은 삶을 표현하는 듯 보이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갈수록 급격하게 스릴러에서 멜로로 선회합니다. 선장 눈에 요물로 비쳐 같은 배를 탄 선원들을 침몰시킬 수 있는 홍매를 죽이기 위한 그리고 살리기 위한 동식의 사투가 대결로 단순해져요. 복잡한 갈등 요소를 배라는 단순 공간에서 표현해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네요. 권리를 주장하던 밀항자를 대하던 모습처럼.

 

 

 

 

그래도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잘 전달 합니다. 배를 포함 모두들 자신이 갖은 무언가로 인해 침몰하게 되죠. 관람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를 방황하게 만드는 해무는 무엇인지. 욕망이고 때론 꿈이 되기도 하고 어쩔 때는 일과 사람이 될 때도 있겠지요. 헤맬 수는 있지만 그것이 나라는 배를 침몰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영화 속 전진호처럼 말이죠.

by 왕마담 2014.08.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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