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숙부가 의심스럽다고 해도 햄릿은 자신의 삶을 즐길 여지가 충분했다. 어머니는 왕인 숙부와 재혼했고 자신은 여전히 왕자로서의 권세와 권위를 갖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으며 그를 따르는 충직한 신하와 친구들이 함께 했으며 백성들 역시 그를 좋아하고 따랐다.

 

모든 걸 누릴 수 있던 햄릿은 단지 복수에 온 마음이 빼앗겼다. 심증만 있던 의심을 연극을 통해 물증으로 바꾸고 숙부에 대한 원한은 재빠른 재혼을 올린 어머니까지 미친다. 스스로 광인이 되어 사랑하는 여인과의 관계를 끊고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그의 아비까지 죽이면서 죄책감을 가질 줄 몰랐다.

 

그를 둘러싼 인물 모두를 종말로 이끄는 이 비극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무엇이 옳은지. 바보 같은 햄릿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 어떤 고귀함을 느낀다. 그의 의지로 인해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를 묻는 듯 여겨지기 때문이다.

 

 

 

 

두려움 역시 동시에 느낀다. 그와 같은 격렬함이 내게도 있다. 나의 '존재'에 대한 무시 혹은 '판단'을 하는 타인의 행동이나 언행을 접할 때 마다 들끓는 분노가 일어나는 모습은 햄릿의 그것과 닮아있다. 아버님이 독살 당하고 어머님이 그 원수와 살을 접하는데 어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었을까?

 

햄릿의 숙부이자 왕인 클로디어스를 볼 때에도 그의 모습이 때려 죽일 인물로만 비춰지지는 않았다. 내게도 나의 '이익'과 연관된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원칙을 따지기 보다는 내 욕구를 채우기에 바쁘다. 합리화를 하고 다른 사람을 비하하고 판단하기 일쑤다. 무기를 안 들었다 뿐이지 늘 폭력을 행사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국의 르네상스 시대에 쓰여진 이 작품에서는 여러 인물의 내면을 구경할 수 있다. 중세 유럽의 경건하고 통제된 질서에서 탈피하여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었을 욕망과 복수, 그리고 혼란스러운 인간을 잘 탐구한 듯싶다. 또한, 극중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한 사람의 변화에 따른 인과관계의 비극적 표현 역시 걸출한 성과라 말할 수 있겠다.

 

 

 

 

다른 특징은 바로 개인주의이다. 한 나라의 왕이 연이어 살인을 당한다면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태로운 나라를 걱정할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나라를 걱정하여 판단을 내리는 이는 없이 각기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 입각하여 욕구와 욕망을 채워나간다.

 

짧은 분량 덕분에 일주일에 2번을 읽고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설명과 해설을 찾아 보았지만, 나만의 느낌을 만들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작품을 설명한 내용 중에는 의미를 부여 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의 재미 찾기를 권유해준 내용이 눈에 띈다. 처음부터 '이 작품의 위대함은 뭐야?'라며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던 것일지 모르겠다.

by 왕마담 2014.04.1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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