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 이유없이 '모더니즘' 혹은 '포스트 모더니즘'이라는 단어가 함께 떠오릅니다. 그리고 '어렵다' '피곤하다'는 생각이 어깨 위에 내려 앉아요. 적극적 동참을 요하는 공연으로 느껴집니다. 그들의 몸짓이 무엇을 말하는지 파악하고, 삶의 주요한 화두를 버무려야될 것 처럼. 그래야 제대로 관람한 듯 여겨집니다.

 

예술 이름 앞에 '현대'라는 단어가 붙으면 복잡해보여요. '고전'이나 '낭만'처럼 격식에 맞추거나 느낌 그대로를 보여주기보다 의도를 숨기고 암시하기 때문에 뭔가를 찾아야 할 거 같습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불안, 성남, 격함, 슬픔 그리고 약간의 기쁨 등을 표현해내고자 하는 혼란처럼 느껴져요.

 

공연 제목에 이끌리고 '과연 현대무용도 즐길 수 있을까?' 싶어 관람한 <이미아직>에는 이런 마음이 깔렸습니다.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발레와 맞은 편에서 온갖 몸짓으로 메시지를 표현할 국립현대무용단의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몇 일 전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를 관람했기에 비교하기에도 좋을 듯 했어요.

 

 

 

 

 

 

올해로 세 번의 공연을 이어갑니다.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 초청 작품으로 프랑스 샤요국립극장 장빌라르, 벨기에 리에주극장 그리고 루마니아 시비우 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죠. 사요극장 외 들어본 적 없지만 세계로 수출할 정도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작품이라 여겨졌어요.

 

발레는 공연 프로그램을 유튜브나 DVD 등을 통해 미리 살펴볼 수 있지만, 현대무용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많지 않아요.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됩니다. 낯선 몸짓의 의미를 추측하거나 내 안의 메시지들과 일치시킬 '동함'이 일어날 때 즈음 막이 내려와 버리네요.

 

5분간 암전 상태로 관객의 애심장을 불안하게 만들면서 시작합니다. 당혹스러움이 또 찾아들어요. 한국 전통 성악을 하는 창사 박민희씨의 읊조림과 동물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귀가 불편하게 됩니다. 거기에 맞추어 홀로그램의 얼굴은 귀신의 형상인 듯 시시각각 변하죠. 내면에 간직한 여러 소리를 형상화한 걸까요?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프로그램 노트를 읽어보니 '죽음'과 연관된 작품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 그리고 그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꼭두와 살아남은 다른 사람들이 벌이는 제의를 무대화한 것이다'(프로그램 노트에 수록된 박준상 교수의 리뷰 중). 읽어 보니 윤회와 샤머니즘이라는 주제를 갖고 있어요.

 

'죽음'과 '윤회' 등과 연관되었다고 생각하니 곧 우리나라 전통 굿과 창, 민요 등이 떠올랐습니다. '~ 이 작품의 고유한 색은 이거구나' 싶었어요. '무용으로 어떻게 표현해낼까?' 궁금했습니다. 인상적인 인트로를 지나 무용수 전원이 비명과 같은 단말마를 내며 무대로 뛰쳐 나오며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몸짓들이 이어졌어요.

 

서로가 만나고 껴안고 밀쳐내고 싸우고 지배하고 상하고..... 내겐 '죽음'의 화두보다는 ''의 표현이 울림처럼 다가옵니다. 특히 점차 빨라지는 가락에 맞추어 무용수들이 있는 힘껏 죽을 힘을 다해 무대를 원형으로 내달리는 모습 속에서 일상을 반영하는 듯 보였지요.

 

 

 

[2014년 초연됐던 <이미아직>]

 

 

''을 매개로 하는 공연에서 화룡점정으로 선보이는 일사분란한 군무 같은 거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무용수 각자의 파편화된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춤만이 존재했어요. '저런 춤도 사전에 안무로 모두 짜놓은걸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듯한 애드립같은 춤들이 쏟아졌습니다.

 

80분 공연에 그들은 자신의 에너지 모두를 쏟아내지만, 프로그램 노트에 쓰여진 명확한 메시지를 받을 수는 없었어요. 느낌만이 왔습니다. 해석이 어려운 작품을 굳이 의미를 들추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군요알쏭달쏭 묘함이 주는 울림에 그대로 젖어드는 것도 현대무용을 감상하는 방법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는 모습에서 명확한 건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참고.

1. <이미아직> 프로그램 북

 

 

by 왕마담 2016.04.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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