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7~8월 사이 여름 휴가 3일을 줍니다. 기간 내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지죠. 이틀의 개인 연차를 쓰면 일주일을 쉴 수 있습니다. 지난 주 다녀왔어요. 곧 스페인 여행이 계획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보내려면 뭔가 해야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누군가 '휴가 때 뭐했어?' 물어보면 그럴 듯하게 말해줄 뭔가가 뭘지 고민됐어요. ‘여행만큼 쉽고도 그럴 듯한 답변도 없었습니다. 이번 기회 북유럽에 갔다 올까 싶기도 했습니다. 스칸디나비아로의 반도 여행이 급 땡겼죠. 하다 못해 지리산이나 제주도라도 가야 될 듯 했습니다.

 

'오버다' 싶었어요. 그리 떠난 여행이 얼마나 즐거울지 의심됐습니다.  출근하지 않을 때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어요. 평소 일할 시간에 극장가고 미술관 다녀오고 뮤지컬보고 카페에서 책 읽고 리뷰와 후기 등의 글을 썼습니다. 자동차 정기검사를 하고 마음 먹었던 집 정리를 했어요.

 

회사를 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운동할 시간이 모자랐고 카페에 들려 독서하고 글 쓸 시간도 빠듯했습니다. 틈틈이 잡힌 영화관과 뮤지컬, 미술관 등의 관람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아침에 집 나오는 데만 운동하고 샤워하고 밥 먹고 나오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여유롭게 마시고 싶은 모닝 커피를 마시려면 꽤 바삐 움직여야 했어요. 하루에 극장에서 2편의 영화를 보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카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무리였죠. 저녁에는 집에서 쉬고 싶었거든요. 회사를 가지 않았는데도 욕심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뭉크 회고전에 이어 새로 개봉한 인투더스톰을 보려고 했어요. 미술관 가기 전 아침 근처 카페에서 모닝커피 한잔하며 음악 듣고 책도 읽고 싶었죠. 뭉크를 만나고 근처 극장에 가기 전에는 간단하게 관람 리뷰를 쓰고 싶었어요. 영화를 보고 나면 저녁 약속 장소에 조금 더 일찍 가서 또 책 읽고 글 쓰고 싶었지요.

 

실제 해보니 어림도 없었습니다. 평소에 할 수 없었던 걸 하고 싶어 결국 극장을 포기했어요. 그제서야 마음에 찰 정도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죠. 미술관을 갔다 오고 나서 리뷰 2편을 쓰고 카페를 나왔습니다. 영화보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면 노트북 펼쳐볼 수도 없을 시간이었지요.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들, 일도 하면서 이루기에 얼마나 터무니 없는지 생각했습니다. 하고 싶은 게 많을 수록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잊고 더 빨리 더 많이 움직이지 못하는 내 자신만 책망하고 있던 건 아닐까 싶었어요. 욕심, 버릴 건 버리고 버무릴 건 버무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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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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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y 왕마담 2014.09.04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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