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5년 전이네요. 그 동생을 만난 지. 그날은 독서 모임이 있었습니다. 만나는 장소가 강독회를 주최하는 이의 집이었지요. 처음 가보는 거라 이미 가봤던 친구가 마중을 나왔습니다. 보자마자 '안녕하세요. 독서모임 오신 거죠? 반가워요~' 라며 스스럼없이 웃는 모습에 구김살이 전혀 없었어요.

 

이후 <자기발견>이라는 테마로 1년 간 같이 공부를 했습니다. 매달 지난 삶을 되돌아 보며 특정 주제가 있는 발표를 했어요. '자기 삶에 대한 명장면 뽑기', '나를 둘러싼 주연급 관계' 등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또한, 2주에 한 번 자기를 들여봐야 하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해야 했으니 깊은 속을 엿볼 수 밖에 없었죠.

 

늘 밝을 줄로만 알았던 속내는 실상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저 만큼이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던 친구였어요. 동료 같은 느낌 때문이었을까요? 유독 마음이 쓰였습니다. 호기심이 풍부한 만큼 재능이 톡톡 튀었으나 욕심이 많아서 갈팡질팡했습니다. 그림에 대한 얘기를 했지만 스쳐 지나갈 또 하나의 관심사로 여겼어요.

 

 

[나의 서른이 좋다 by 최창연]

 

어느 날 인도 여행을 간다고 하더라고요. '? 거기?' 묻고 싶었습니다만 전부터 땡겼다는 말에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는 일상과 자신 그리고 앞날에 대한 답답함을 벗고 싶었을 것이라 짐작만 했어요. 비슷한 이유로 '산티아고 가는 길' 여행을 다녀왔던 지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듯 했습니다.

 

여행 후 바쁜 일상에 이리저리 치이다가 오래간만에 만나 인도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들었지요. 와중 그림 여행 책을 준비한다는 말을 하더군요. 힘찬 행보가 반가웠습니다만 일견 '정말?' 의심스러운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 친구, 초점 맞춰 집중하는 일에는 영 젬병이거든요.

 

한참이 지나 얼굴을 봤을 때 이미 원고 전부를 출판사에 냈다는 말에 놀랐습니다. '네가?' 라는 속마음이 들었지요. 동생은 부끄러운 듯 말했지만 그 속에는 무수히 흔들리며 키워냈을 자부심이 보였습니다. 눈빛에는 어떤 단단함이 빛났죠. 감탄스러운 마음과 함께 가슴 속에는 또 다른 불길이 타올랐어요.

 

 

[최작가님의 사인, 눈이 칼자국?^^]

 

바로 질투심이었습니다. 저보다 어린 친구가 그 가능성을 구체적 성과로 꽃피운 모습을 보니 대견스러운 놀라움과 뿌듯함 그리고 '나 보다 너가 먼저?'라는 질투심이 함께 들더군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 실감이 났습니다. 샘이 났던 거죠.

 

예전 같으면 축하하는 ''와 질투하는 '' 사이에서 괴로웠을 것입니다. 시기하는 ''를 버리고 싶었겠지요. 하지만 축하하면서도 질투하는 두 가지 마음을 가진 '', '이게 나란 놈이구나' 싶습니다. 인정하니 활활 타오르는 감정들이 선한 자극이 되어 줍니다.

 

그제서야 인도를 다녀온 후 비전과 상관없는 일을 하며 꾸준하게 단련해왔을 수고로움이 보이더군요.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 안에서 혼자 쓰고 그렸을 시간들.... 그 만큼 흔들렸을 마음을 뛰어넘은 성장, 동생이 낸 책은 적어도 제게는 보통 여행 책이 아닙니다.

 

온갖 것들에 흔들리고 상처받는 보통 사람이 '자기 신화'를 실현하기 위해 떠난 서사시인 게죠. 진정한 여행이란 나만의 신화를 만들기 위해 걷는 길이 아닐까요? 그건 일상과 가슴 속에 숨겨져 있을 겁니다. 새로운 한 주, 누구의 것도 아닌 자기만의 신화에 조금 더 다가가는 나날 보내길 바랄게요.

 

 

[최작가님과 함께, 출간 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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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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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red Dina Vida Vingar(당신의 넓은 날개를 펴고) by 조수미]

 

by 왕마담 2014.03.24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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