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BS에서 주최하여 열린 오페라 갈라콘서트, 아름다운 열정을 관람했습니다. '두 명의 피가로가 사랑을 놓고 겨루는 오페라 배틀, 피가로vs피가로'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공연이었어요. <아름다운 열정>이라는 타이틀은 CBS에서 매년 기획하여 공연하는 이름이고, 2015년에는 <피가로 vs 피가로>의 무대가 올려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페라 배틀'이라는 제목에 눈이 이끌렸어요. '배틀이라..... 무슨?' 의문이 들었습니다. 알고 보니 피가로라는 이름을 쓰는 주인공이 나오는 오페라 두 가지를 모두 무대에 올리는 프로젝트였어요. 바로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과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입니다.

 

클래식에 조금은 익숙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오페라 감상은 한 번 더 생각하게 돼요. <라 보엠>, <투란도트>, <마술피리> 등 익숙한 아리아가 많은 공연과 달리 이름은 들어봤어도 생소하면 선뜻 손 뻗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루하게 여기기만 할까 싶기 때문이죠. 기획도 참신했지만 설명도 같이 해준다고 하기에 손쉽게 느껴졌습니다.

 

 

[소프라노 임선혜씨가 부르는 <una voce poco fa(방금 들린 그 목소리)> from 세비야의 이발사]

 

 

2.

 

전혀 다른 작품인 줄 알았어요. 프랑스 극작가 보마르셰의 <피가로 3부작> 1부가 <세비야의 이발사>이며, 2부가 <피가로의 결혼>입니다. 참고로 3부는 <죄 많은 어머니>네요. 사실 <세비야의 이발사>는 파이지엘로라는 이탈리아 작곡가가 1782년 오페라를 먼저 만들었지만, 30여년후 만들어진 로시니의 작품이 더 알려졌습니다.

 

<피가로의 결혼>은 파이지엘로보다 4년 후에 만들어지지만, 로시니의 작품보다 먼저 만들어졌기에 요즘에는 2부가 1부보다 먼저 만들어진 걸로 알려졌어요. <죄 많은 어머니>는 오페라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피가로라는 인물은 1부와 2부 역할이 바뀌기에 맞추어 테너와 바리톤으로 맡습니다.

 

1부에서는 백작에게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신분이죠. 백작 역시 철없는 젊은이로서 순수한 사랑에 깊이 빠지기에 테너가 그 역할을 합니다. 이때 피가로는 백작의 머리 역할을 하는 바리톤이 연기하죠. 2부에서의 백작은 순수함과는 먼 역할이기에 다시 바리톤이 덩달아 피가로 역시 베이스나 베이스 바리톤이 맡습니다.

 

 

[소프라노 강혜정씨가 부르는 <신아리랑>]

 

 

 

3.

 

공연 포스터를 보면 알겠지만, 제법 익숙한 성악가들의 출연하더군요. 베이스바리톤의 사무엘 윤은 TV에서 여러 번 봤습니다. 소프라노 임선혜씨도 마찬가지죠. 내심 소프라노 강혜정씨가 나왔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갈라 콘서트이기에 많은 성악가가 출연하지는 않았어요.

 

공연 당일 프로그램북을 샀는데 임선혜씨가 독감에 걸려 강혜정씨가 대신 출연한다는 소식에 반가움이 들었습니다. 문화 콘서트 등에 많이 출연하여 익숙했기 때문이죠. 함께 갔던 분들은 임선혜씨를 더 많이 기대했다고 합니다. 다시 생각하니 이 공연을 위해 더 많은 연습을 했을 임선혜씨가 나왔으면 어땠을지 궁금하더군요.

 

출연자 외에도 음악평론가인 장일범씨의 해설이 있었습니다. 각각의 오페라에 대한 소개와 불리울 아리아에 대한 스토리까지 있어 친근했어요. 성악가들과의 스스럼없는 농담과 분위기에 맞춘 고딕 스타일의 헤어와 드레스 코드로 자칫 무거울 무대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보여 주었습니다.

 

 

[바리톤 사무엘 윤이 부르는 <La calunnia(험담은 미풍을 타고)> from 세비야의 이발사]

 

 

 

4.

 

이번 공연은 일요일 성악반 선생님 초대로 갔었지요. 공짜였습니다^^ 자리는 1 VIP석이 아닌 3층의 박스였어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바로 위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효과를 가졌습니다. <피가로의 결혼> 서곡을 연주하는 데 현악기를 연주하는 분들의 동일한 현 움직임이 신기하더군요.

 

웅장하면 성악가들의 소리가 묻히기도 했습니다. 그때는 음악에 더 집중하여 듣게 됐어요. 독특한 악기 소리에는 어디서 나는지 찾는 것도 쉬웠습니다. 성악을 배우며 꾸준히 감상해서 인지 들어본 적이 없는 클래식 음악이라도 지루하지 않더군요.

 

성악가들의 목소리를 위에서 들어야 하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들의 성량을 100% 느끼지는 못한 듯 여겨졌어요. 대신 세계적인 가수들인지라 머리 위와 뒤로도 울림이 느껴지는 듯 여겨졌습니다. 소프라노 강혜정씨의 절제된 고음 처리와 사무엘 윤의 힘 그리고 테너로 출연한 고태영씨의 맑은 소리가 인상 깊더군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부르는 <Deh vieni, non tardar(빨리 와다오, 기쁨의 순간이여)> from 피가로의 결혼]

 

 

5.

 

작품 전반적으로 흐르는 풍자의 분위기를 잘 살린 듯 싶었습니다. 자신을 도왔던 피가로의 부인이 될 여인, 수잔나에게 눈독을 들이는 백작의 바람기는 겉잡을 수 없어지죠. 초야권을 부활시키려는 그에게 피가로는 다시 꾀를 쓰며 귀족을 풍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갈라 콘서트를 보면 꼭 그 다음에는 작품 전체를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서곡들은 많이 알려져 있던 곡들이었어요. 세계적 소프라노들이 자주 부르는 세비야의 이발사 중 <Una voce poco fa(방금 들린 그 목소리)> <Deh vieni, non tardar(빨리 와다오, 기쁨의 순간이여)>는 감명스러웠습니다.

 

아쉬운 점은 1층 VIP석도 중간 중간 자리가 빈 곳들이 꽤 있더군요. 이번 공연 티켓처를 보니 <지킬앤 하이드>등과 같은 뮤지컬 가격과 비슷했습니다.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함께 하기는 하지만, 가격이 조금만 더 내려도 사람들이 더 많이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by 왕마담 2015.03.3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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