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객차를 탈 때 늦게 오르면 문이 닫힐 때 뒷사람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 얼른 타는 편입니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어요. 뒷사람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오르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 뒤를 따르고 게다가 문이 닫힌다는 안내 방송이 재촉할 때면 확 밀쳐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카페에서 혼자 책을 읽거나 노트북 작업할 때면 1~2인용 테이블에 앉아요. 나 때문에 자리가 모자랄까 눈치 보입니다. 간혹 4명 이상 앉는 자리를 차지할 때면 사람이 붐비지 않는지 확인하고 커피와 안 해도 될 간식거리를 더 사죠. 또한 1~2시간 이상 같은 자리에 있으면 추가로 뭘 더 사먹습니다.

 

자리가 없을 때도 있어요. 헛걸음치고 그냥 나올 땐 넓은 자리를 혼자 차지하고 있는 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속에서 뜨거운 무엇이 올라와요. 작은 자리에 앉으면 다른 사람도 같이 쓸 수 있는 카페를 마치 그 사람 혼자 다 산 거처럼 느껴지기 때문인 듯 합니다.

 

다니고 있는 헬스크럽 남자 탈의실 입구가 좁아요.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들이 겹칠 때면 양보가 필요하죠. 그걸 알기에 벽에 붙어 신발을 신는데, 그 한가운데를 떠억 차지하고 있어 기다리게 만드는 사람을 보면 속에서 욕지거리가 올라옵니다.

 

경부 고속도로를 나가기 위한 양재 IC는 차량 행렬이 긴 편이죠. 차례를 꼬박 기다려 내가 나가려는 순간 앞에서 껴드는 차량이 있으면 레이저(전조등)를 쏘고, 클랙션을 울려댑니다.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화가 나요. '나는 수 십 분을 줄 서 있었는데 왜 너는 기다리지 않고 나가냐?'는 항의입니다.

 

조금 더 기다리거나 다른 카페를 가고 너그럽게 생각하면 될 뿐인데 왜 이렇게 짜증이 넘는 울컥거림이 올라올까 싶었어요. 그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수고로움이 보상받지 못해서 그런 건가 싶었습니다. '나는 이만큼 하는 데 너는 왜?' 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타인 모두 나처럼 뒷사람을 생각해서 지하철을 빨리 타야 하고, 혼자 카페 올 때면 작은 자리를 쓰고, 비좁은 입구에서는 조심하고, 차량은 줄을 잘 서야 하는 등 거울스러운 기준을 잣대로 판단했던 듯 합니다. 만족되지 못하니 짜증을 넘는 분노가 치미는 듯 하네요.

 

스쳐 지나갈 사람에게 화를 내며 가슴앓이를 하다니 감정에 대한 과소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나 역시 다른 사람의 눈치 때문에 그 모든 걸 지키려 하는 의무로 꽉 잡혀 사는 건 아닐까 싶었죠. 좀 더 편한 걸 찾는 게 사람의 기본 성향인 걸 잊고 있었습니다.

 

'그럼 나도?' 라는 보상심리가 생겼어요. 실망을 준 그들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한 동안 느릿하게 움직이고 큰 자리와 한 가운데를 차지하며 몸이 편한 대로 행동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을 때가 많더군요. 나라는 사람, 몸과 마음의 편함이 반비례하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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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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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Feel Like Home by Edwena Hayes]

by 왕마담 2015.01.19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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