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나기 어려웠던 소프라노 임선혜

 

프로그램이 낯설었지만 소프라노 임선혜씨의 내한 콘서트 소식에 바로 예매한 공연 <오르페오 인 바로크>를 관람했습니다. 그녀를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아요. 작년에 봤던 오페라 갈라 <피가로 vs 피가로>에 출연 예정이었던 임선혜씨가 건강 문제로 강혜정씨로 바뀐 적이 있었습니다.

 

강혜정씨는 알았기에 좋아했는데 같이 관람했던 분들은 임선혜씨를 보지 못해 아쉽다고 하더군요. 궁금해졌습니다. 몇 개월 지나 뮤지컬 <팬텀>의 크리스틴역을 맡았죠. 하지만 해외 활동을 주로 하는 그녀의 공연 일자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임선혜씨 공연을 예매하고 좋아했었죠.

 

관람 몇 일 전 부득이한 사정으로 또 다른 분으로 바뀌었습니다. 임선혜씨 공연 보는 게 이리도 어려운가 싶었죠. 유튜브로 보면 볼수록 직접 관람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이번 공연 소식은 단비와 같았어요. 아시아 성악가 최초로 프랑스 고음악 전문 음반사 아르모니아 문디와 독집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였습니다.

 

 

[페르골레지가 작곡한 칸타타 <오르페오>, 실제 공연한 날 KBS에서 찍고 있었는데 15일 방송함]

 

 

2. 알아보기 어려웠던 프로그램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르페오/오르페우스 이야기를 주제로 만들어진 음악들을 임선혜씨가 재해석한 음반이였어요. 공연 또한 앨범에 있는 오르페오 곡들과 바로크 시대 음악들로 꾸며졌습니다. 아쉬운 점은 콘서트 프로그램에 수록되어 있는 Georg Philipp Telemann의 곡들이 앨범에는 없더군요.

 

프로그램이 어떻게 꾸며졌는지 알기가 어려웠습니다. 고음악도 낯선데 내용을 몰라 아쉬웠어요. 기획사 담당자나 임선혜씨도 그 부분을 알았을 텐데 설명이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기회를 십분 살려 접근하기 어려운 음악에 친근해지도록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큰 틀은 Arcangelo Corelli, Francois Couperin, Alessandro Stradella, Antonio Vivaldi가 만든 곡을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가 연주했고, Georg Philipp Telemann, Jean-Phillipp Rameau, Giovanni Battista Pergolesi의 오르페우스 칸타타에 나오는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들을 임선혜씨가 노래하는 겁니다.

 

 

[뮤지컬 <팬텀>에서 크리스틴 역을 맡았던 임선혜씨]

 

 

3. 설레던 무대 위

 

극장에 들어가자 무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진 악기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피아노처럼 생겼지만 소리는 현악기와 비슷해서 놀랐던 하프시코드, 고전 소설이나 신화에서 읽어 이름은 익숙하고 기타처럼 생겼던 류트, 첼로와 비슷한 비올라 다 감바 그리고 바이올린, 첼로, 플룻이 가지런하게 놓여져 있었죠.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분위기라 차분할 듯 했습니다. 고증된 바로크 시대 악기들과 임선혜씨의 노래가 어떻게 어울릴지 설레더군요. 먼저 이 악기들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려줄게 라는 듯 연주가 시작됐습니다. 두 번째 곡의 중반쯤 되자 잘 어울리는 화려한 드레스 입은 임선혜씨가 무대로 나왔어요.

 

관객들에게 인상으로 인사부터 하는 살뜰함이 느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연주자들의 중앙에 서자 먼저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더군요. 에우리디체를 잃은 오르페우스의 회한의 아리아를 부를 때와 복수를 꿈꾸는 아리아를 부를 때의 인상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오페라 공연이 아닌데도 적극적인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전원시, 난 제비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네]

 

 

4. 오페라를 보여주는 듯한 노래

 

카리스마까지 느꼈습니다. 베를린 고음악 아카데미 단원들과의 호흡도 좋아 보였어요. 노래할 때마다 연주자들과 눈을 마주치며 몸까지 향하는 다가감이 느껴져 마치 대화하는 듯 보였습니다. 성악가의 전통 공연을 보여주듯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앞자리에서 공연을 보았는데 생각보다 성량이 크지 않았는데 귀에 쏙쏙 꽂혔습니다. 프로 성악가의 노래는 멀리 뻗어 나간다는 성악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르더군요. 저 청량한 음성이 LG 아트센타홀 끝까지 뻗어 나갈 듯 했습니다. 공명의 울림으로 노래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조금 알 듯싶었어요.

 

여러 작곡가들이 오르페우스를 주제로 만든 칸타타를 묶어서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듯 느껴졌습니다. 소프라노임에도 오르페우스가 되어 힘있고, 에우리디체가 되어 간절한 마음이 되며, 오르페우스를 사랑하고 에우리디체를 질투하는 트라키아 여왕 오라시아가 되어 섬뜩함을 보여주네요.

 

 

[임선혜씨를 처음으로 볼 수 있었던 공연, 아쉽게 무산]

 

 

5. 오르페우스에게 빠진 바로크 작곡가들

 

앨범에 없던 Georg Philipp Telemann의 오페라 아리아 중의 주인공이 오라시아 여왕입니다. 이걸 알고 가사를 보니까 그제서야 이해가 되었어요. 그 전에는 왜 에우리디체를 죽이려고 할까 궁금했습니다. 결국 그녀의 소망이 이루어지지만 오르페우스에게 버림받은 증오로 그까지 죽이게 되죠.

 

Jean-Philipp Rameau가 만든 칸타타 모음 곡 중 하나가 Orphee로서 아리아와 기악 합주가 서로 대화하듯 이루어지는 부분이 하이라이트입니다. 또한, 분위기는 밝은데 에우리디체의 죽음을 이야기하여 극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는 구성이 특징이죠. 실제 공연 때는 흥겨운 노래인줄 알았습니다.

 

Giovanni Battista Pergolesi는 사후 재평가된 인물이라고 하네요. 그의 칸타타들만을 모은 작품집이 출간된 건 인기를 말해주는 첫 번째 요소라고 합니다. <4개의 실내악 칸타타>가 출간되었는데 <피할 수 없는 심연에서>라는 곡이 나중에 '오르페오'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고 해요.

 

공연 프로그램에는 없고 앨범에만 있는 Louis-Nicolas Clerambault는 주로 종교음악을 작곡했습니다. 기존에는 오르페오 관련 칸타타들을 주로 남자들이 불렀는데 소프라노와 신포니아 형태의 기악 반주를 구성했다고 해요. 아마 임선혜씨의 공연 형태와 비슷해 보였습니다.

 

 

[공연 앵콜로 불렀던, 헨델의 <나를 울게하소서('Lascia ch'io pianga')>]

 

 

6. 익숙해지니 끝난 공연, 다음 공연을 기대하며

 

개인적으로 1부는 낯설었지만 2부에서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집중이 잘 됐어요. 마지막은 페르골레지가 작곡한 칸타타로 이루어졌습니다. O d'Euridice (에우리디체와 함께 이곳을 의기양양하게 떠나든지)라는 아리아로 가사를 보니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체와 함께한다면 모든 운명을 받아들이고 견디어낼 수 있다는 결의에 찬 곡이죠.

 

아마도 저승에서 에우리디체를 데리고 함께 나오게 되는 장면에서의 오르페우스 심정을 표현한 듯 합니다. 내용을 몰라도 임선혜씨의 연기에서도 엿볼 수 있었죠. 힘있고 흥겨운 멜로디와 선율 그리고 긴장감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 감흥이 남아서인지 무려 4번의 박수에 콜 인사 후 앵콜을 불러주었어요.

 

드디어 아는 곡이 나옵니다. 헨델의 'Lachio Ch'io Pianga (나를 울게하소서)'였죠. 지금까지 참 많이 들었는데 이렇게 뭉클한 적은 처음인 듯 합니다. 경건해지는 느낌과 감탄스러운 마음이 함께 들었어요. 또 한 곡은 역시 헨델의 아그리피나 중 포페아의 아리아 'Vaghe perle, eletti fiori(귀중한 진주여, 훌륭한 꽃이여)였습니다.

 

유쾌한 기분을 주고 싶었던지 흥겨운 곡을 택했던 듯 해요. 노래 부르며 연기할 때는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무대에 서서 인사말과 소개를 할 때는 농담도 적절하게 하시며 에너지가 많은 유쾌한 인성을 지닌 듯 보였습니다. 콘서트와 앨범 콘서트처럼 말이죠.

.

.

.

참고

1. 프로그램북

2.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고음악

by 왕마담 2015.10.21 20:31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