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벌써 12회 정기연주회, 이용혜 가곡클래스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성악 동호회의 정기연주회, 이제 막 끝냈는데 진이 빠진 듯 기분 좋은 허전함이 들었습니다. 독창 한 곡, 듀엣곡 하나, 중창 두 곡에 사회까지 맡았더니 유난히 긴장이 많이 된 연주회였어요. 게다가 그 동안 실력이 늘었다는 걸 뻐기고 싶기도 했으니, 더 경직됐습니다.

 

연주회를 몇 일 남겨두고 감기 기운이 슬금슬금 오는 거 같더라고요. '아이쿠~'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식사 때마다 비타민C를 얼마나 퍼먹었는지 속이 부글부글 방귀가 시도 때도 없이 나오더라고요. 혹시나 싶어서 이비인후과도 들렸습니다. 가볍게 목 안이 좀 부었다고 하네요.

 

약을 받았는데 먹어보니 상태는 좋아지는 거 같은데 침이 말랐습니다. 연습해보는데 갈라지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쉰 것처럼. 약을 연주회 전날까지만 먹어야 되겠다 싶었어요. 이번에 제가 중점적으로 레슨 받고 연습한 곡은 <그라나다(Granada)>와 듀엣곡 <투나잇(Tonight)> 입니다.

 

 

[스페인계의 테너 Jose Carreras의 Granada]

 

 

2. 정열, 그 자체의 <그라나다(Granada)>

 

스페인 안달루시아 자치지방에 속해있는 <그라나다>는 멕시코 국민 작곡가 아구스틴 라라(Agustin Lara) 1932년에 만들었습니다. 이 무렵 실제 방문하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아마 남미 문화 속에 깃들어 있던 뜨거운 스패니쉬를 표현하지 않았을까 상상됩니다. 당시 총독이었던 프랜시스코 프랭코는 그를 위한 집을 그라나다에 마련하여 고마움을 비쳤다고 하네요.

 

역시나 들을 때 좋은 곡은 비례하여 부르기는 어려운가 봅니다. 가사를 보면 스페인이 자랑하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투우와 플라멩코를 추는 듯한 정열적인 여인을 묘사하고 있어요.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 파바로티,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 등의 유명한 테너들이 부르는 모습 속에서는 열정의 긴장이 느껴집니다.

 

스패니쉬로 불러야 되기 때문에 그 피가 흐르는 호세 카레라스와 플라시도 도밍고의 영상이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물론 다른 가수들의 노래 역시 멋집니다. 현대적인 가곡이기 때문에 해석하기에 따라 본인의 스타일로 부를 수 있는 듯 보여 유명한 테너들에게 인기 만점인 곡이지요.

 

 

[21세기 최고의 발칸토 테너로 꼽히는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Juan Diego Flórez)의 Granada]

 

 

3. 포기했었던 리드미컬

 

아마추어가 부르기에는 어렵습니다. 사실 이 곡은 약 반년 전에 배웠는데 당시 분명 좋기는 한데 부르려고 하니 리듬과 멜로디가 몸으로 와 닿지 않더라고요. , 전혀 분위기를 살릴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플라멩코에 대한 애정을 늘 간직하고 있었기에 이 곡을 언젠가는 불러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죠.

 

올해로 벌써 12회를 맞이한 <이용혜 가곡클래스 정기연주회> 준비를 위해 빼든 곡이 바로 <그라나다>였습니다. 약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있었기에 준비할 시간이 괜찮을 거 같았어요. 그러나 전 후반부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그럭저럭 따라가기는 했는데, 중반 특유의 리듬 타는 게 너무나 어색했습니다.

 

악보를 보면 한 박자, 한 박자 반, 반 박자 후에 음계가 올라가면서 바로 또 한 박자, 한 박자 반..... 이런 식의 규칙적인 리듬에서 버벅거리니까 지루하게 느려지더군요. 첫 번째로 고쳐야 할 부분은 '딕션'이었습니다. 우리나라와 이태리 칸초네 만을 불러봤기에 스패니쉬에 어색했죠. 무엇보다 먼저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그라나다>의 빠빰빠 리드미컬]

 

 

두 번째는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긴장감있는 음정과 리듬을 연습해야 했어요. 가장 많이 참고한 가수는 후안 디에고 플로레즈(Juan Diego Florez)와 호세 카레라스(Jose Carreras) 였습니다. 물론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시는 게 가장 기본이었죠. '~~~~' 박수와 노래로 포인트를 잡아 주셨습니다.

 

발성에서도 턱과 목에 힘이 너무 들어가 빠르기를 쫓아 가지 못하는 점도 있어 총체적 난국이었죠. 다른 곡보다 간단하면서도 빠른 꾸밈음이 곳곳에 있어 이 부분도 자연스럽게 넘어 가야 했습니다. 시간이 많은 줄 알았지만,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 많아 연주회 때 부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어요.

 

 

[<그라나다> 빠빰빠 레슨]

 

 

4. 실마리는 딕션과 힘빼기

 

조금의 실마리는 역시 리듬이었습니다. '~ ~~ '가 점차 익숙해졌어요. 중요한 부분은 마지막 반 박자 후 다음 마디의 시작을 어떻게 하냐에 달렸습니다. 가사에 대한 딕션도 점차 자연스러워진 덕도 있었죠. 하지만, 힘있게 불러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지 다른 곡보다 유난히 지르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전 후반부에 있는 E 이상의 F, G에서는 울림을 더 주기 위해 본능적으로 목으로 힘이 가는 걸 느꼈어요. 레슨 중후반부에서는 이 힘을 빼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상하게 힘을 빼면 음정과 공명이 떨어지는 거 같은 불안감이 들더라고요. 실제로도 처음에는 그랬던 듯 느꼈습니다.

 

레슨과 연습을 하는 와중 상체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도 머리가 울리는 경험을 간혹 할 때가 있었어요. 소리가 머리 위에서 맴돌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신기했어요. 하지만, 혼자 연습할 때는 안되더군요. 어렵습니다. 느낌뿐인지라. 연주회 날 극명하게 느꼈습니다.

 

 

[<그라나다>의 좌측의 전반부와 우측의 후반부 하이라이트]

 

 

5. 열정이라도 건진

 

평소 수업하던 교실이 아닌 연주회 홀은 훨씬 크고 귀에 반향 되어 들리는 소리가 그만큼 작았어요. 리허설 할 때 힘을 더 써야겠다는 느낌이 들어 부르니 역시나 목에 유난히 힘이 많이 갔습니다. 마음마저 곧 있을 연주회에 들떠 있어 소리를 어느 정도 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었어요.

 

짧게 나마 선생님을 통해 발성할 때에서야 목의 힘이 아닌 울림을 떠받치는 느낌이 조금 왔습니다. 하지만, 역시 제가 노래를 해야 하는 순간 ''해지며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가사라도 잊어버릴까 봐 노심초사했습니다. 결국, 냉정하고 열정적으로 부르기는커녕 자기 흥에 취해 목이 터져라 불렀네요.

 

중간에는 제스처에 신경이 팔려 가사를 얼버무리기도 했습니다. 아하하하하~. 지나고 생각하니 웃기네요. 워낙 대곡인지라 하나씩 보면 배우고 익혀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 노래가 표현하고자 하는 열정 그것만큼은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운 듯 느껴지네요. 음악에 대한 열정.

 

 

[그라나다 by 왕마담, 부디 심호흡 후에 들으시길.....^^]

by 왕마담 2015.12.2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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