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씨 덕분에 김보경씨한테도 반하다

 

참 좋아하는 배우 김선영씨가 옥주현씨를 대신해 새로운 엘파바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자 마자 티켓 오픈일을 기다렸습니다. 예매하는 날 운 좋게도 vip석과 다름 없는 3열의 r석이 눈에 띄더군요. 냉큼 찜찜찜! 이제 기다릴 일만 남았었던 뮤지컬 <위키드>를 두 번째로 관람했습니다.

 

엘파바 뿐 아니라 글린다 역도 정선아씨 대신 김보경씨, 피에로 역에는 이지훈씨 대신 조상웅씨를 택해 주연배우가 모두 바뀐 위키를 보게 되었어요. 한 마디로 이번 공연을 표현하자면 '김선영씨 보러 갔다가 김보경씨한테 반했다'로 말할 수 있겠네요. 처음 봤던 때보다 벌써 반년의 원숙함이 더해진 듯 공주병 글린다 그녀 자체를 보여준 듯 합니다.

 

처음 봤던 <위키드(리뷰)>는 공연 첫 날인 작년 11월 달에 보았죠. 이후 벌써 반 년 넘게 맡은 배역을 소화하고 서로 호흡을 맞추고 있으니 사실 어느 배우의 공연을 보아도 엄지 손가락이 치켜 세워졌을 것입니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인기 공연들과 같이 오픈런(끝나는 날짜가 지정되지 않은 장기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공연이 줄 수 있는 장점인 듯 해요.

 

 

 

[풍성한 끼를 마음껏 발산하던 글린다의 김보경씨, 까오오옹~ 팬되었어요^^]

 

 

 

중력을 벗어난 위키드의 넘버들

 

김선영씨의 엘파바에서도 <맨 오브 라만차(리뷰)>의 알돈자/둘시네아와 같은 힘을 느끼길 원했으나 그 정도의 감동은 느끼질 못했습니다. 엘피도 김선영씨한테 너무 잘 어울릴 듯 싶어서 기대가 너무 컸나 봐요. 그래도 <Defying Gravity>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역시 전 당신의 팬, 왕팬!!!

 

우리나라 말로 들으니 의미들이 가슴에 콕콕 파묻혔습니다. 김선영씨의 울림을 전달하는 힘이 느껴졌어요. 뭔가에 속박되고 구속되던 모습이 스쳐 지나가며 엘피가 '괜찮아~' 토닥여 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넘버로 1막이 끝나는 데 환해져서도 상기된 얼굴로 눈물 훔치느라 같이 보러 간 동생에게 민망했었지요.

 

큰 수확은 대표 넘버 <Popular> <Defaying Gravity> 외에도 <Dancing through life>, <One short day>와 같은 넘버들이 좋아졌다는 겁니다. 오즈의 마법사(남경주씨) <A Sentimental men>도 예전보다 더 애처로우면서도 코믹스럽게 느껴지더군요. 위키의 주 멜로디들로 이루어진 곡 <No One Mourns The Wicked>에서도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화려한 Green의 무대가 2시간 50분 내내 펼쳐져요~ 까오^^]

 

 

앞 열에서의 두 번째 관람, 여유로운 관람

 

3, 즉 무대와 가까운 곳에서 관람하는 재미가 참 크더군요. 배우들의 침 튀기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였습니다. 표정 하나하나의 연기는 물론이고 주연과 함께 앙상블을 이루는 조연 배우들의 모습까지 꼼꼼하게 감상할 수 있었죠. 수시로 바뀌는 현란한 의상들 또한 마음껏 구경했습니다. Green을 바탕으로 같은 스타일이 하나도 없더군요.

 

위키드는 1막은 엘파바와 글린다가 좌충우돌 우정을 쌓으며 숨겨진 갈등이 발화하는 경쾌함과 유쾌함으로 무장되어 있습니다. 2막은 각자의 길을 나누어 가며 엘파바가 왜 서쪽 마녀가 되어가는 지를 보여주며 무거워지는 선악의 모호한 경계를 다루었어요. 관객을 사로잡는 건 <오즈의 마법사>와 이야기 합을 맞추어 가는 놀라운 반전들입니다.

 

 

 

[피에로가 등장하며 나오는 흥겨운 넘버 <Dancing through life>]

 

 

 

티끌 같은 약간의 아쉬움과 바램

 

개인적으로 1부는 원더풀, 만점 그 이상입니다. 게다가 좋아하는 넘버들 모두가 포함되어 있지요. 2부는 이야기가 너무 빨리 그것도 많이 생각보다 무겁게 진행되는 느낌입니다. 특히 엘파바의 동생 네사로즈가 죽는 순간은 많이 허무했어요. 도로시와 엘파바의 싸움에 쓰이는 특수효과는 극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갉아 먹는 듯 느껴졌습니다.

 

어느 공연 보다 Reprise(음악의 반복) 쓰임이 적은 뮤지컬이지요. 앨범에는 <I'm not that girl> 한 곡뿐입니다. 대표 넘버의 주 선율이 극 후반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No one mourns the wicked>의 하이라이트를 합창으로 부르지만 좀 아쉬운 느낌이었습니다.

 

글린다는 <Populor>, 엘파바는 <Defying Gravity>의 주 선율을 쓰고 가사는 달리했으면 어땠을까요? 혹은 주연과 조연 모두가 <Dancing through life>나 다른 곡을 각자의 합창으로 마무리 지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봅니다. 이런 제 생각 엘피와 피에로가 아무 소리 없이 그냥 들어가며 막이 내려가는 모습이 너무 아쉬워서였을지도 모르겠네요.

 

 

[드레스 코드 그린을 위해 그린 가방을 메고 룰루랄라~^^]

 

 

엘파바와 글린다, 두 캐릭터를 통해 주는 메시지들

 

글린다의 매력에 푹 빠지는 나를 보면서 어쩌면 점점 더 엘파바를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표 넘버 <Popular>를 듣다 보면 겉모습의 화려함으로 다른 사람의 관심을 사로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하려 하지요. 이해하기도 참 쉽고 또한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엘파바의 대표 넘버 <Defying Gravity>는 상처투성이를 무릎 쓰고 독립하여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타인과의 단절까지 각오하며 옳다고 믿는 자신의 길을 간다는 건 참 어려워 보입니다. 그렇기에 엘피의 무거운 당당함은 동경하지만 친숙하지가 않아요.

 

이 두 캐릭터가 대립하고 또 화해하는 메시지가 주는 의미는 무얼까요? 아마도 극 중의 엘피와 글린다가 친구가 되는 화해와 균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뭐라 설명하기는 어렵네요. 공연을 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될 거 같습니다. 그 느낌이 ''는 지금 어디 즈음에 서있는지 뒤돌아 보게 합니다.

 

지금까지 재미에 감동과 감명까지 더해진 뮤지컬 위키드 리뷰였습니다.

 

 

[입소문 자자한 박혜나씨의 <Defying Gravity>, 그녀의 엘피와 김소현씨의 글린다로 세번째 관람을?]

by 왕마담 2014.05.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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