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뜨면 '확진자 XX ', '사망자 X ' 이라는 뉴스를 먼저 접했습니다. 여론에서 떠들기 시작할 때만 해도 정부에서 성완종 리스트와 같은 정치적 현안 이슈에서 눈 돌리기 위한 여론 플레이로 생각했어요. 유명 연예인들의 연애와 결혼 소식에 더 이상 이목이 돌아가지 않으니 별 짓을 다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카톡으로 메르스 관련 루머가 돌 때도 친구들에게 얼마 후면 지나갈 바람이라고 다독였지요. 중동과 밀접하게 연관된 나라에서도 에볼라 바이러스나 신종 인플루엔자와 같은 소식은 들었어도 '메르스'는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전염성이 강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어요.

 

한 주가 지나고 그 다음주가 지나도 확진자는 더 늘어나고 학교는 휴업하며 사람 많은 곳에는 아예 외출이 뜸해지는 현상을 보니 '진짜인가?' 싶었습니다. 우리 동네에 있는 삼성의료원이 메르스 전파에 일등공신이 되는 걸 보고는 '~ 조심해야겠다'는 경각심이 들었습니다.

 

꼬박꼬박 챙겨먹던 비타민 복용량을 좀 더 늘렸어요. 사무실에서는 홍삼과 프로폴리스를 같이 타 마시며 면역력이라도 높이려고 했습니다.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등지에서 마스크도 없고 손이나 손수건으로 막지도 않고 기침하는 분들을 보면 인상이 찡그려지더군요.

 

어머님을 모시고 메르스와 관련 없는 병원에 가서 검사할 때도 꺼림칙합니다. 어느 다큐에서는 돈만 내면 어떤 병원도 다닐 수 있는 우리나라 의료 쇼핑을 메르스 전파의 일등 문화로 짚더라고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중에서도 병원은 가장 찝찝합니다.

 

지지난 주 제주도 출장을 다녀오니 사무실에서도 감기가 들었는지 기침을 자주하는 분이 계셨어요. 아무 생각 없이 '부대찌개'를 같이 먹었습니다. 열도 없고 근육통 등도 없다고 하지만 주문을 하고 나서야 '괜히 숟가락을 같이 담그는 ''을 시켰네' 싶었죠.

 

저 역시 코끝이 간질거려 기침을 할 때면 '어라?'하는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는 민폐를 끼친 건 아닐까 주변 눈치를 살피게 되어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분들이 많아지니 저도 써야 되나 싶습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또 다른 감기일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면역력을 높이고 휴식을 잘 취하고 스트레스 극복에 힘쓰면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몸의 감기 기운에 민감하지만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열이 나는 부위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하는 게 버릇처럼 됐어요. 몸에 좋다는 해독쥬스까지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한 목소리가 되어 떠드는 '메르스'로 인한 나쁜 소식만 접하다 보니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주변 분들의 염려와 걱정, 그리고 불안이 병보다 먼저 전염되는 듯 느꼈어요. 근래처럼 기침과 재채기 예절에 민감한 적은 없었어요.

 

방송에서 말하는 건 무조건 믿는 경향이 컸습니다. 머리가 컸는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게 되네요. 한 달 정도 무차별적으로 떠들어대던 뉴스는 관련 소식이 차츰 줄어들고 있는 듯 보입니다. 어쩌면 메르스보다 무서운 건 여론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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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mad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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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y 왕마담 2015.06.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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