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만난 지 벌써 5년이 넘었네요. '자기 발견과 성장'을 주제로 했던 독서모임에서 함께 했지요. 선생님 한 분을 모시고 1년 동안 커리큘럼에 맞추어 각자의 열정만큼 공부했습니다.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과제('축제'라고 불렀습니다)를 발표했어요. 자기를 알아가는 주제인 만큼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며 성찰하고 구성원들에게 내보여야 했습니다.

 

축제 중에는 자신이 살아온 현재까지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는 사건들 중 세 장면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무엇에 열광하는지를 알 수 있는 힌트를 주더라고요. '남들이 보아도 적당한 사건들' '진짜 BEST 명장면', 두 가지 버젼을 준비했는데 ''를 보이기가 부끄러워 얼렁뚱땅 넘기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진검을 뽑았지요. 당시 '지금 진짜 나를 보이지 않으면 나중에 누구에게라도 나의 본 모습을 보이기 힘들겠다' 라는 마음을 따랐습니다.

 

'군입대'를 발표할 때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신기해 하더군요. 군대가 명장면이었다니... 제겐 삶의 터닝포인트였거든요. 두 번째 장면인 '야간대학 졸업과 금연'도 화기애애할 줄 알았습니다. 좀 울먹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은 '어머니'와 연관된 마지막 장면이었거든요. 방심했던 탓일까요? '금연'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데 골초였을 때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무기력하고 무의미하게 보냈던 시간들과 함께 말이지요. 안타까운 마음들이 생생하게 살아나며 가슴의 뜨거운 무엇이 눈물이 되어 새나왔습니다.

 

울음이 되어 토해내듯 더듬거리며 발표를 마무리할 때까지 그들은 조용히 들어주었습니다. 손발이 오그라들고 창피하며 부끄러웠지만 시원했습니다. 그 날을 계기로 고비를 넘긴 듯 마음이 점차 열렸습니다만 그 만큼 울보가 되어갔지요. 그들과 같이 공부하고 어울리며 조금씩 변해갔어요. ''로 존재하는 부끄러움을 조금씩 벗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학교와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울보여도 '' ''로 봐주는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듯싶습니다.

 

전까지 존재하는 데에는 어떤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을 잘하여 인정받아야 했고, 기술 자격과 학위, 영어와 커뮤니케이션 능력, 리더십까지.... 모두 갖추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들을 정복하기 전까지 재미와 즐거움은 미루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뭔가를 하고 있지 않으면 특히 일을 붙잡고 있지 않으면 항상 불안하고 조급했습니다. 이제라도 행복을 위한 노력은 귀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지난 주 저녁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오래 간만에 모인 우리는 내내 유쾌했습니다. 밤새 흥취를 느낄 줄 알았으나 우리는 2시간 정도 후 헤어졌지요. 아쉽기는 했으나 마치 어제 만난 이들이고 내일 만날 이들처럼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이 우리의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소울메이트의 조건이 무엇인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가끔 마음에 나쁜 기운이 들거나, 도리를 지키지 않으려 할 때, 음침하고 음란한 생각이 판칠 때, 내가 나이기를 포기하고 싶을 때면 그들을 생각합니다. 마음이 점차 정돈되지요. 자주 만나지 않아도 의지가 됩니다. 그들의 존재는 '더 행복하라'는 응원을 받고 있는 듯 느껴져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합니다.

 

그런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늘 찾으려고만 했지 되려고 생각한 적은 없었네요. 찾기보다 되기가 더 쉬울지 모르겠네요. 매 순간 영혼이 깃든 한 주 보내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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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상 Dream

http://wangne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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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안녕하세요. 왕지상입니다. 이 편지는 한 주 한 주를 보내면서 겪은 일들과 그 느낌을 매우 개인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자주 만나지 못하니 이런 소식이라도 나누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수 많은 스팸 메일 중 하나를 더 추가할지 모를 우려를 뒤로 하고 보냅니다. 이런저런 회신을 주신다면 더욱 좋을 일이지요. 그러나 저러나 저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어떻게 살고 계시는지요?

 

 

 

       

by 왕마담 2013.08.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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